블랙핑크 로제가 올해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한국인 최초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부문을 수상하자, 내년 2월에 열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도 K팝 아티스트가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K콘텐츠는 특히 미국의 주요 시상식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했으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1은 2022년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올해 토니상에서 작품상과 극본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하지만 K팝은 한류의 시작이자 핵심인 점을 감안하면, 음악 시상식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로제가 VMA에서 받은 ‘올해의 노래’가 최초의 메인 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래미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글로벌 인기를 자랑하는 방탄소년단(BTS)이 2019년 한국인 최초로 시상자로서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했고, 2021∼2023년 3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까진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커졌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VMA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한 로제가 기세를 이어갈 수 있으며, 같은 블랙핑크 멤버인 제니도 기대해볼 만하다. 그래미는 장르적 혁신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제니가 3월 발표한 첫 솔로 앨범 ‘루비(Ruby)’는 빌보드 선정 ‘상반기 최고의 앨범 5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BTS도 올 하반기 컴백한다면 또 한번 그래미의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로제의 이번 VMA 수상은 팝 시장에서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서 순조롭게 출발했다는 걸 의미한다”라며 “아파트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노래가 아주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래미 노미네이트는 물론이고 수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