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지난달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는 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비관세 장벽 완화를 비롯한 ‘2라운드 협상’이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타결된 협상은 큰 틀을 마련하는 ‘프레임워크’ 성격인 데다 문서 합의가 없어 한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작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미다.
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관세 협상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어질 미국과의 세부 협의 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온라인플랫폼법 등의 비관세 장벽 분야 쟁점들은 제외됐지만 추후 협의에서 비관세 장벽이 쟁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일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가 문제”라며 “이번에 마련한 협상안을 가지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미국과의 세부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려 한다”며 아직 한미 협상이 끝난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번 협상은) 결과가 좋다는 의미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미국은 쌀, 소고기 등 미국산 농축산물 추가 개방과 함께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등의 디지털 분야에 대해서도 한국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협상 직후 “그들(한국)은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프로젝트 역시 세부 사항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아직 어느 기관이 어떤 분야에 출자해야 할지 불명확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민간 (기업)들도 지분 투자에 들어올 것이고, 민간 금융 회사도 충분히 들어올 수 있고, 들어와야 한다”며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추가 ‘청구서’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조선업 투자 구체화, 미국의 비관세 장벽 해소 요구 등에 대해 치밀한 전략적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주애진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