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 시점(다음 달 1일 0시 1분)을 나흘 앞두고 한미 양국 간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는 쌀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 추가 수입과 조선, 반도체 관련 투자 카드로 미국의 상호 관세 인하와 자동차 품목 관세 인하를 끌어낸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정부 당국자는 “쌀은 다르게 접근하면 답이 열릴 수도 있다”며 “그 부분(미국 쌀 수입 확대)은 상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쌀 시장 전면 개방 대신 쿼터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은 만큼 정부도 쿼터 조정으로 미국산 쌀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수입 쌀에 대해 513%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나 저율관세할당물량(TQR) 40만8700t에 대해선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쌀의 30%가량이 미국산이다.
정부는 농산물 개방 외에 조선-반도체 추가 투자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한 핵심 카드로 내건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현지 건조 등 조선 산업 협력은 물론이고 현지 조선소 추가 인수 등 투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 조선소를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의 경우 선박 관련 기술 이전까지 하는 조건인 만큼 여기서 최대한 버텨야 할 것”이라고 했다.
25일(현지 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뉴욕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 진행한 한미 산업장관 협상에서도 조선업 분야에서의 투자와 상호 협력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25일에 이어 26일에도 미국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여한 가운데 통상현안 긴급회의를 열고 관세 협상 카드를 점검했다. 대통령실은 “미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며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해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31일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연합과 관세 협상에 나서는 데다 28, 29일엔 베선트 장관 등 미 무역 협상 주요 장관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중국과 고위급 무역 회담이 예정돼 있어 31일이 한미 관세 합의를 위한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1일 협상이 거의 마무리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에 부과하는 관세는 서한 발송으로 종료된다”고 밝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