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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벙커속 헤즈볼라 수장 ‘벙커버스터 암살’

이, 벙커속 헤즈볼라 수장 ‘벙커버스터 암살’

Posted September. 30, 2024 08:23,   

Updated September. 30, 20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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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27일(현지 시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제거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 및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동 전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모든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란이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개입할 가능성이 커 중동 지역 내 긴장은 당분간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알리 카라키 헤즈볼라 남부 사령관 등 테러집단(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이 전날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18m 지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중 벙커버스터 폭탄을 이용한 ‘정밀 공습’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간부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 활동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이번 작전명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올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됐을 때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스랄라 제거 때는 신속하게 인정하며 이를 전쟁의 주요 ‘성과’로 홍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나스랄라를 “테러범”이라고 부르며 그의 제거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며칠간 상당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해 “이스라엘 공격을 시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죽음을 확인하며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그 굳건하고 명예로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전 세계 무슬림을 향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나스랄라와 같이 있었던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 또한 숨졌다고 공개했다. AP통신은 이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년간 표적으로 삼은 살인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건’”이라며 “중동전쟁을 상당히 확대시킨다”고 해석했다. 미국 ABC는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를 추가로 제거하는 소규모 지상전을 시작하거나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