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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항목마다 大法서 결정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통상임금 항목마다 大法서 결정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Posted June. 18, 2024 07:48,   

Updated June. 18, 2024 07:48


조희대 대법원장이 “회사의 모든 임금 항목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와야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며 통상임금 관련 입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동아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임금 항목이 하나 생길 때마다 5년쯤 지나면 그게 ‘통상임금이냐 아니냐’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가 받는 모든 임금은 통상임금’이라든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 조치를 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통상임금은 휴일·야근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산출하는 기준이 되고 퇴직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정 방식에 따라 기업과 노동자가 주고받는 임금의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노사 간에는 민감한 문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라고만 돼 있을 뿐 세부적인 사항은 없다. 규정이 불명확하다 보니 상여금, 지원금 등이 통상임금인지를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통상임금에 대해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기업마다 사정이 달라 해석을 놓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복지포인트처럼 새로 만들어진 항목들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도 소송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법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들이어서 대법원 소부(小部)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 파견의 적법성을 둘러싼 노사 간의 이견도 갈등의 소재가 되고 있다. 파견법은 경비·청소·주차관리 등 파견 대상 업무를 32개로 한정하고 있는데, 산업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파견과 도급의 경계도 불명확하다. 이렇다 보니 13년이 걸린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처럼 노사가 재판에 진을 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법원에도 부담이 된다. 통상임금 및 파견근로자 관련 장기 미제사건이 1000건 가까이 쌓여 재판지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법을 명확하게 정비해 분쟁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법원 설치에 대해 협의하겠다면서도 “통상임금과 파견 근로에 대한 입법 조치도 이뤄지면 법원 판결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였을 것이다. 이들 사안은 근로자 처우와 직결되는 민생 이슈이기도 하다. 여야 정치권이 사법부 수장의 호소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관련 법률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