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발길이 끊기면서 손님이 반 토막 났네요.”
14일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 구제 의류를 파는 상인 조모 씨(63)는 “빈대 확산 뉴스가 나온 후 젊은층이 더 이상 중고 의류를 찾지 않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빈대가 의류나 가방 등을 통해 옮겨진다는 점 때문에 중고 의류 구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 마포구 홍대거리 등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구제 의류 매장들은 스팀다리미를 동원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 구제 의류 판매상 “3주 전에 비해 매출 반 토막”
동아일보 취재팀은 8, 14, 15일 구제 의류 매장이 밀집한 동묘시장과 홍대거리를 둘러봤다.
동묘시장에서 만난 구제 의류 매장 직원 박민지 씨(21)는 “원래 날씨가 추워질 때 손님이 많아진다. 그런데 최근에 기온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2주 전에 비해 손님이 30%가량 줄었다”고 했다.
홍대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구제 의류 매장 사장인 박준서 씨(30)는 “3주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빈대가 나타나면 끝이라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스팀다리미로 옷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 중고 의류나 가방을 구입하던 이들도 ‘빈대포비아’로 소비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직장인 조장호 씨(27)는 “평소 구제 의류를 매달 20만 원어치 이상 구입하는데 지난달 말 빈대 뉴스를 본 이후부터는 자제하고 있다”며 “구제 의류는 출처가 불명확하고, 쌓아놓고 파는 곳이 많다 보니 빈대에 취약할 것 같다”고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도 의류나 가방 등 빈대를 옮길 수 있는 물품 구입은 자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학생 박모 씨(25)는 “평소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의류 등을 자주 구입했지만 빈대가 퇴치될 때까지는 안 할 생각”이라고 했다.
‘빈대포비아’는 최근 전국적으로 빈대 발생 건수가 급증하면서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6∼12일 전국적으로 빈대 발생 신고 155건이 접수됐고 실제로 41건이 빈대로 판정됐다. 빈대 발생 지역은 서울(28건), 경기(5건), 충남(3건), 대구(2건), 대전(2건), 인천(1건) 등이었다. 전국의 빈대 발생 건수는 전주(13건)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 살충제는 가격 폭등하고 품귀 현상
반면 빈대 퇴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살충제는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일부 지역에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살충제 A제품은 이달 초 온라인 쇼핑몰에서 개당 6500원에 판매됐다. 하지만 최근엔 재고가 소진되면서 개당 2만20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판매사 측은 “최근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10배 가까이로 뛰었다”고 했다.
14, 15일 서울 시내 약국 20곳을 방문해 살충제 구입을 문의한 결과 절반(10곳)에서 “품절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약국 관계자는 “살충제가 귀해져 판매 가격을 1000원 올렸다. 그나마 지금 있는 제품이 다 팔리면 우리도 팔 물건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판매 중인 제품 중 상당수는 빈대에 효과가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10일 해외에서 효과가 인정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8개 제품을 긴급승인하고 이 중 원료를 확보한 4개 제품은 즉시 생산할 수 있도록 한 상태다.
송유근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