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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아웃된 교사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한다”

“번 아웃된 교사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한다”

Posted August. 05, 2023 07:53,   

Updated August. 05, 2023 07:53


지난달 13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 연방 교육장관 미겔 카르도나(48)의 인터뷰를 실었다. 타임은 취임 3년째인 그가 ‘전례 없는 도전들’에 직면했다고 표현했다. 사법부의 교육 관련 판결들부터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념 갈등, 학력 저하 논란, 교사 처우 개선 요구까지. 우리와 사안은 다르지만 미국 교육도 몸살을 앓고 있었다. 카르도나 장관은 “지금은 국가가 교사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때”라고 말했다.

초1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우리 교육 현장이 암담한 시점에서 굳이 미국 장관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인구 6만 명 남짓한 코네티컷주(州) 메리든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평범한 교사였다. 20여 년간 학교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그는 지역 최연소 교장까지 하고, 주정부 교육위원을 거쳐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교육장관에 임명됐다.

현장 경험을 무기로 학교와 교사들을 지휘하는 카르도나 장관을 보면서 최근 주변 교사들에게 들었던 하소연이 떠올랐다. 교사 사망 사건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교사들은 기자에게 “정부가, 교육당국이 학교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다.

지난달 사건 이후 일련의 상황을 복기해 보자. 고인이 근무했던 해당 초교 교장은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문을 서둘러 냈다. ‘신고 사안’이 아니었을 뿐 학폭은 있었다. “돌이킬 수 없다면 일어나지 않은 일로 만들라”는 넷플릭스 드라마 ‘D.P. 2’ 속 대사는 학교에서도 유효한가.

정부는 문제의 원흉을 학생인권조례로 지목했다. 한 교사는 “조례가 부담되는 것은 맞지만 교권이 무너진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추스르고, 사회적 논의를 주도해야 할 국가교육위원회는 ‘애도’만 남기고 사라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AI) ‘교육청 챗GPT’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부모 상담에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교수 출신 관료’의 한계였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 학부모 민원실을 만들고 소송비 지원도 늘리겠다고 한다. 한 교사는 “결국 민원실에서, 법정에서 최종 책임은 교사 혼자 지라는 뜻”이라며 냉소했다. 교사 출신 장관이나 교육감이었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겠냐는 토로도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아수라장이 된 학교를 목격한 20, 30대 젊은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정년 보장이나 연금에는 미련도 없다. 20년차 고교 교사는 “몇 년 전부터 20대 교사는 씨가 말랐다. 학원, 기업, 7급 공무원 시험 준비로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교사를 꿈꿨던 초중고교생, 교직을 준비 중인 예비 교사들도 지금의 상황을 싸늘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래도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카르도나 장관이 타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요즘 교사들이 매우 지쳐 그만둘 생각도 한다는 것을 안다. 그들의 번아웃(burn out·극도로 지침)은 현실(real)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당신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당신을 지지하는 그러한 정부를, 바로 지금 당신은 갖고 있다.”

다른 나라 장관의 입을 빌려 우리 교사들을 위로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