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서민금융…‘불법사채行’ 막을 대책 급하다

　서민과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만들어진 대출금 창구가 줄이어 막히고 있다.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연말까지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신청을 받지 않고 있고,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대출도 중단했다. 급전 창구로 활용돼온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한도 또한 하향 조정되고 심사는 강화되는 추세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지만, 막상 이들에게 절실한 돈줄은 급속도록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햇살론을 다루는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대출 축소의 이유로 들고 있다. 여기에 8%대에 이르는 조달금리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부업체들까지 잇따라 고삐를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 1위 대부업체마저 재무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로 어제부터 모든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금리와 법정 최고금리(20%)의 격차가 줄어드는 점도 제2, 제3 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급전조차 구할 수 없게 된 서민들은 피가 마른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가 밀려오면서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이들이 적지 않다. 개인파산 신청이 줄을 잇고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부업을 뛰는 가장이 37만 명으로 역대 최다 수준까지 늘어났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종신보험이나 주택 청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연간 보험 해지 환급금이 사상 처음으로 3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미래를 위해 남겨놨던 안전판까지 깨뜨려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갈 곳 없는 금융 취약계층들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온라인 대부 중계 사이트에는 몇 십 만원이라도 급전을 구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당장 10만 원이 없어서 불법 사금융업체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연 이자율이 3000%를 넘는 악성 소액 단기 대출까지 기승을 부리는 게 현실이다. 한계상황에 몰린 서민들이 순식간에 빚의 늪에 빠져버리게 될 우려가 크다. 악덕사채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감시, 처벌을 통해 취약계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급전을 구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불황으로 인해 단기적 영업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이들이 버틸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금은 햇살론의 금리를 높여서라도 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정책금융상품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검토 중인 ‘긴급 생계비 대출’ 도입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 변동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