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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아파트에 집속탄 공격해 민간인 학살… 죽음의 도시로”

“러, 아파트에 집속탄 공격해 민간인 학살… 죽음의 도시로”

Posted June. 13, 2022 07:55,   

Updated June. 13, 202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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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우리 아파트 지하 벙커가 있던 자리예요. 러시아 미사일이 여기를 정통으로 맞혀 벙커 안에 숨어 있던 18명이 죽었습니다.”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보로s카에서 만난 주민 페트로 씨(65)는 무너진 아파트 앞에 둥그렇게 팬 곳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말했다. 수도 키이우에서 54km 떨어진 보로s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3월 최대 격전지였다. 러시아군은 키이우로 가는 첫 관문인 이곳에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1만2000명이 살던 소도시는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이날 보로s카 시내의 한 대형 상가는 과자가 부스러진 듯 무너져 내려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었다. 주민들은 3월 2일 도시 곳곳에 러시아군 집속탄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탄두가 폭발할 때 내부의 작은 폭탄 수백 개가 흩뿌려지는 대량살상무기다. 국제법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페트로 씨는 “조만간 다시 러시아군이 우리 마을을 공격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키이우를 재공격하려면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키이우 인근 이르핀도 러시아군이 3월 점령한 뒤 최소 290명의 민간인이 집단학살을 당했다. 수많은 건물이 불에 타 3개월이 지난 이날까지도 거리에 탄 냄새가 진동했다. 주택가 한 산부인과 정문에는 총알 세례 자국이 선명했다. 인형과 장난감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민 세니아 씨는 기자에게 “우리 집 마당뿐 아니라 일대에 러시아군 지뢰가 묻혀 있으니 조심해서 이동하라”고 일러줬다.

 수도권 일대 국도에 러시아군이 4월 퇴각하면서 버리고 간 탱크와 장갑차들이 곳곳에 보였다. 주민들은 “7월에 ‘러시아 악마’들이 수도권을 다시 공격해 올 수 있다”며 불안해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