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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복수

Posted January. 05, 2022 08:00,   

Updated January. 05, 20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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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폭력을 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그것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자 미덕이다. 폭력을 어떻게든 순화시키는 마술 아닌 마술을 부리는 것이 음악의 속성인 탓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복수의 이중창 ‘그래, 복수다’는 그 마술에 대한 생생한 증거다.

 궁정광대 리골레토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자신이 섬기던 바람둥이 공작이 자신의 딸을 능욕한 것을 알고 공작을 죽이려 한다. “신의 손에서 내려오는 천둥번개처럼/이 광대의 복수가 당신을 내려치리라.” 그런데 딸은 공작이 자신의 순정을 배반했음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기에 용서해 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요지부동이다. 그의 눈은 복수의 살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복수의 이중창이다.

 그런데 내용을 알지 못하고 멜로디만 들으면 복수의 이중창은 역설적이게도 삶에 대한 역동적인 에너지로 넘친다. 작곡가의 의도와 실제적 재현 사이의 부조화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고전음악에 해박한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가족의 반응을 예로 들어 그 부조화의 의미를 설명한다. 그의 딸이 세 살 때였다. 오페라가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를 때였다. 딸은 복수의 이중창을 무척 좋아했다. 즐거움과 활력이 한껏 묻어나는 멜로디 때문이었다. 대단한 아이러니다. 만약 베르디가 복수의 감정을 환기하는 으스스한 곡을 만들었다면 의도적인 면에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세 살짜리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덴 실패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이 오페라에 열광하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음악은 베르디의 이중창이 보여주듯, 분노를 노래해도 그 분노에 대한 치료제를 그 안에 이미 갖고 있는 예술 장르다.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는 종교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그래서인지 모른다. 음악을 듣고 감동하고 기뻐하고 슬퍼할 수는 있어도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은 없다. 타인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기승을 부리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음악이 필요한 이유다.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