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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발굴하고, 스타 단원 모집… 젊어지는 국악계

크리에이터 발굴하고, 스타 단원 모집… 젊어지는 국악계

Posted April. 07, 2021 07:22,   

Updated April. 07, 20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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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예술가, 모두가 스타다!’

 요즘 국악계의 새로운 화두다. 엄격한 위계와 단체 활동을 중시하던 국악계가 바뀌고 있다. 국립 국악 기관과 단체에서도 개인의 개성, 창의성, 스타성을 부각하는 콘텐츠가 잇따라 제작돼 사랑받고 있다. 코로나19로 단체 공연 활동이 위축된 것도 되레 촉매제가 됐다.

 “장단 수를 공연 때마다 적어 가지고 다니는 ‘족보 다이어리’입니다. 이게 저희 타악반에서는 아주 중요한 족보라고 할 수 있어요.”

 영상 속에서 국립국악원 정악단 막내 타악 연주자인 고경화 씨가 자신의 악기 가방을 열어 보여준다. 국악원 공간을 소개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칭법을 귀띔하며 축, 어, 영도, 노고 등 낯선 국악 타악기들도 자연스레 가르쳐준다.

 국립국악원은 단원들의 일과와 일상을 친근한 분위기로 촬영한 이런 브이로그(vlog)를 최근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국악원 관계자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국악 전공자도 알기 어려운 연주자만의 연주 팁과 일상을 보여주려 했다. 평소 집단에 묻혀 있는 단원 한 명 한 명의 스타성과 개성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세대에게도 국악을 다정하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무용단, 민속악단, 창작악단 단원들이 한 명씩 출연한 이 브이로그 시리즈는 편당 2000∼6000회의 조회수를 올리며 국내외 누리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김성진)은 단원과 외부 예술가 2∼5명의 팀 연주를 담은 동영상 시리즈 ‘삼삼오樂(락)’을 제작해 내놓고 있다. 단원들은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부터 강화도의 펜션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연주한다. 전자음악가, 안무가 등 외부 예술가와 독특한 방식으로 협업하기도 한다. 악단의 채인영 책임PD는 “오케스트라에 속한 단원들이 본인의 개성을 드러낼 기회가 적어서인지 ‘삼삼오락’에 참여 의지가 높다. 향후 여러 콘텐츠를 기획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의 브이로그는 친근함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삼삼오락은 고품질을 내세웠다. 삼삼오락의 지난달 ‘인연’ 편은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현장음을 대금 해금 듀오 연주와 섞거나 교차 편집해 고화질로 보여준다. 공연 연출가 정종임과 영화감독 ‘이와’가 연출과 촬영을 맡았다.

 일부 단원은 연주는 물론 음악 창작에도 참여했다. 삼삼오락의 두 개 편에서 공동 작곡과 연주를 맡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김예슬 타악단원은 “단원들도 한 명 한 명 예술가이므로 개인 역량을 펼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평소에는 악단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작곡가의 의도에 맞추게 되는데, 개인의 취향과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반갑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개원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동영상 크리에이터까지 모집한다. 이번에 뽑힌 국악 크리에이터들은 신설된 ‘국악아티스트 랩’을 통해 콘텐츠 창작 교육과 제작비 지원을 받는다. 19세 이상 국악 전공 개인과 단체가 응모 가능하다. 이달 16∼20일 e메일(dekebi@korea.kr)과 우편으로 접수를 한다. gugak.go.kr, 02-580-3392

 이날치, 악단광칠 등 새로운 형태의 젊은 국악그룹이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상황에서 국악계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준우 음악평론가는 “근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부터 남산골한옥마을까지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예술가 개개인의 실험성과 스타성을 조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