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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민주주의 역사에 치명적 오점 남긴 불복과 분열의 정치

美민주주의 역사에 치명적 오점 남긴 불복과 분열의 정치

Posted January. 08, 2021 07:23,   

Updated January. 08, 202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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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동조한 지지자들이 6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확정을 위한 상하원 회의가 열리는 미국 의회에 난입해 의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의회를 점거한 시위대와 경찰의 무장 대치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나왔으며 경찰의 총에 맞은 사망자를 포함해 시위대 4명이 숨졌고, 52명이 체포됐다. 대선 불복 운동이 의회 점거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면서 1776년 건국 이후 240여 년 동안 이어진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날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는 예고된 것이었지만 의회 난동까지 벌어진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장과 방조 책임이 크다. 그는 직접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열린 시위에서 대선 불복 방침을 밝혔고, 이후 시위대가 의회에 난입한 후에는 평화 시위를 당부했지만 해산을 요구하지 않으며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당장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퇴임을 2주도 안 남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목소리가 커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워싱턴시는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1일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4년 동안 극심해진 미국의 분열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세계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이끌었던 미국의 기본 정신이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불명예와 수치”라는 전직 미 대통령들의 탄식도 나왔다. 영국 독일 캐나다 유럽연합 등 서방세계 지도자들이 “수치스러운 장면”이라며 평화적 정권 교체를 강조한 것은 트럼프식 극단주의가 자국에 전염될까 우려하는 경계의 목소리로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불복 주장을 이어갈 것을 예고한 만큼 상당 기간 이런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런 막무가내식 선거 불복은 민주주의 기본 가치와 규범을 부정하는 것이며 민주국가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이런 아수라장 이후 수 시간 만에 의회가 열려 상하원 합동회의를 재개하며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이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회의 속개 직후 “폭력은 이긴 적이 없다. 자유가 이긴다”고 말했다. 또 미국 유권자 상당수는 미국의 이념과 가치의 복원을 약속한 바이든 당선인을 선택했다. 특히 공화당 텃밭이었던 조지아 주가 대선에 이어 민주당에 상원의원 2석을 몰아준 것은 그에게 치유와 통합을 기대하는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미국의 상황은 화해와 상생보다는 분열과 극단, 혐오가 난무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