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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하루키 교수 “아베가 물러나야 한일관계 풀릴 것”

와다 하루키 교수 “아베가 물러나야 한일관계 풀릴 것”

Posted August. 27, 2020 07:52,   

Updated August. 27, 20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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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물러나지 않는 한 한일 관계는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 이후 일본 지식인들과 함께 수출규제 철폐 서명운동 ‘한국이 적인가’를 이끌었던 와다 하루키(和田春樹·82·사진) 도쿄대 명예교수가 26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와다 교수는 ‘서명 운동 이후 1년간 한일 관계가 얼마나 개선됐느냐’고 묻자 “아베 총리가 올해 시정 연설에서 한국을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밝힌 것으로 볼 때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근본적인 관계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일본은 한국을 적이라 생각한 채로 살아갈 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와다 교수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직후인 7월 일본 지식인 75명과 함께 웹사이트를 개설해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같은 해 8월 말까지 9463명의 서명을 받은 바 있다.

 와다 교수는 이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를 우려하며 ‘한국이 적인가’ 캠페인보다 한층 더 강경한 구호인 ‘아베 총리 퇴진’을 외치고 있다. 그는 최근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아베 총리에 대해 “건강이 이상하면 임기 전 퇴진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총리가 한일 관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정치인 중 한일 관계를 위해 누가 적합하냐고 묻자 와다 교수는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아니어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경험이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정조)회장은 한일 관계에 있어 아베 총리가 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최근 차기 총리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 총리가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한 인물이다.

 와다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총리 이후의 일본 새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해 2015년 합의를 보충해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일본 국민들도 강제징용 문제에 지혜를 모아 협력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선 “불매 운동보다는 한일 정부, 기업, 국민이 협력하는 분위기가 나타나야 한일 관계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좋은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1938년생인 와다 교수는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베 총리 등 전후(戰後) 세대에 식민지 지배의 반성에 대한 교육을 더 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아베 정권은 외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대응 미흡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정권의) ‘전환’이 가능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새 총리가 선출되면 한일 관계를 포함해 아베 총리가 하지 못했던 정책을 추진해 달라는 새로운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부인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간부는 “아베 총리가 건강 이상설에 대해 스스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기자회견에서) 건강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