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에서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호’의 반환을 요구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제재는 이행돼야 한다”며 북한의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분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불법적으로 우리 화물선을 점유해 미국령 사모아로 끌고 갔다”며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영토 밖에서의 국내법 적용은 국제법에 따라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미국은 앞으로 전개될 국면에 미칠 결과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우리 화물선을 지체 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모든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6분여간 준비된 모두발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
이에 앞서 북한은 14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화물선 압류를 비난했다. 18일에는 김 대사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유엔 차원의 긴급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무총장이 취할 별도의 입장이나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한 국제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엔헌장 39조(평화 파괴 침략 행위)를 이야기한 것으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판단할 일”이라며 “현재 안보리에서 관련 검토나 회의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북한의 선박 반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기자회견에 대한 본보의 질의에 “유엔 안보리가 결정한 대로 국제사회의 제재는 유지돼야 하고 모든 유엔 회원국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며 “미국은 이를 위한 외교적 협상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