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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에서 ‘V4’ 꿈꾸는 김광현

Posted March. 01, 2019 07:39,   

Updated March. 01, 201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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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 SK 에이스 김광현(31·사진)은 자택 깊숙이 위치한 금고에서 우승 반지 세 개를 꺼내와 후배들 앞에 풀어놓았다. SK의 주황색 로고가 그려진 반지 세 개는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후배 선수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결국 김광현은 6차전 마무리로 등판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으며 팀에 우승 반지를 선물했다. 이제 그는 다섯 번째 반지를 손에 넣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SK가 올 시즌 일본 오키나와에서 첫 번째 훈련을 치른 27일. 구시카와 야구장에 모인 선수단은 오랜만에 화창했던 날씨만큼이나 화기애애했다. 경기장 곳곳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수시로 격려의 말을 주고받았다. 오전 불펜 투구 훈련을 마친 김광현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 밝았다. “우승을 해서 그런지 확실히 팀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무거운 분위기에서 스프링캠프를 한 적도 있는데 야구장 나와서 인상 쓰고 해봐야 달라질 게 없더라고요. 웃는 게 좋죠.”

 김광현의 금고에는 그의 야구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승 반지 네 개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최우수선수(MVP) 트로피 등 그의 표현대로 “비싼 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팔꿈치에서 나온 뼛조각이 의미 있다고 했다. 2017시즌을 앞두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김광현은 그때 나온 새끼손톱만 한 뼛조각을 금고에 넣어 두고 힘든 시절을 돌이켜본다. “살면서 이 말고 제 뼈를 볼 일이 몇 번이나 있겠어요. 뼛조각을 볼 때마다 어렵게 재활훈련을 하던 때가 생각나요. 죽을 때까지 간직해야죠.”

 그를 괴롭히던 팔꿈치 부상은 이제 옛일이 됐다. 지난 시즌 이닝 수를 제한하며 관리를 받아 25경기에서 136이닝, 11승 8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한 김광현은 부상을 완전히 털고 올 시즌 ‘200이닝 투구’를 목표로 잡았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그가 택한 카드는 구종 다양화. 직구와 슬라이더 비율이 85%에 달하는 김광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커브와 체인지업, 스플리터 등을 연마해 ‘제3의 구종’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는 “직구, 슬라이더를 제외한 구종 하나를 매 경기 10개 이상만 던지면 좋을 것 같다. 두 가지로도 충분하지만(웃음), 한 가지만 더 있으면 승부를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긴 이닝을 편하게 끌고 가는 게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김광현이 제시한 ‘200이닝’ 목표에는 정규 시즌 180이닝과 국가대표로서 20이닝이 들어있다. 올해 11월 열리는 국제 대회인 프리미어12에서의 활약을 예고한 셈이다. 그의 대표팀 출전 의지를 전해 들은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벌써 2승을 거둔 것 같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프리미어12에 뽑힌다는 건 그해 KBO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뜻이다. 건강한 몸으로 끝까지 잘 던져 대표팀에 뽑히고 싶다. 대표팀에서도 무조건 잘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루마=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