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김제동의 거짓말 개그

Posted October. 08, 2016 07:59,   

Updated October. 08, 2016 08:33

 개그맨들은 자기들끼리 ‘짠다’는 말을 종종 한다. 개그맨들은 개그의 소재를 실제 경험에서 많이 얻지만 그런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때로는 있지도 않은 경험을 실제 있었던 것처럼 짜내서 웃기기도 한다. 김제동이 방위병으로 복무할 때 장성들이 모인 한 행사에서 사회를 보면서 한 4성 장군의 아내를 아주머니로 불렀다가 13일 동안 영창에 수감됐다는 얘기도 알고 보니 웃자고 짜낸 얘기였다.

 ▷개그가 웃기는 것은 일상 속의 비합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인 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비판의 요소가 있다. 개그맨이 자신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면 허위든 사실이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주변 동료를 끌어들일 때는 사실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친밀감 때문에 그 정도 무례는 용서되리라 예상했는데 예상이 깨졌을 때다. 호의적이지 않은 편을 소재로 삼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실에 기초할 때는 풍자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지만 허위에 기초할 때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영미법에서 이것을 명예훼손성 유머(defamatory humor)라고 한다.

 ▷군이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보니 일반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웃기는 일이 많다. 여기서 웃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비합리적인 것을 말한다. 김제동이 정말 장군의 아내를 아주머니로 불렀다가 영창에 갔다면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다. 군대갔다 온 남자치고 군대에서 겪었던 웃기는 일화 한두 가지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얘기려니 하고 웃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김제동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 논란이 되자 “웃자고 한 얘기를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고 받아쳤다. “방위가 퇴근 후 남아 사회 본 것 자체가 군법 위배다. 국감장에서 얘기하면 골치 아파질 것”이라고 협박하듯 말했다. 웃자고 한 거짓 얘기보다 웃자고 한 얘기가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 보인 태도가 더 개그맨답지 못하다. 개그맨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부드러운 유머로 날카롭게 드러내기 때문에 사랑받지만, 누군가를 거짓으로 조롱하면 관련자들을 마음 아프게 할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