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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의 강연, 청와대는 비판에 귀 막으라는 말로 듣지 말라

야신의 강연, 청와대는 비판에 귀 막으라는 말로 듣지 말라

Posted November. 11, 201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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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신(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감독이 청와대에서 어떤 지도자가 조직을 강하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김 감독은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지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하는 것 자체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며 내가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내 뒤의 사람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등 청와대 직원 250여명이 강연을 들었고 5분 정도를 남겨놓고 외부 행사에서 돌아온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참석했다.

김 감독의 강연은 청와대가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옳다고 여기는 바를 밀고 나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김 감독 스스로 선수나 구단과도 타협하지 않은 야구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강연에서 비난에 대해 해명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며 자기 길을 가야 한다며 위에 선 사람이 이 일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을 연사로 초빙한 김 비서실장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아 김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김 실장은 강연 후 인사말에서 희망의 새 시대를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꼭 야신 김성근 감독님 말씀대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강연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그러나 야구와 정치는 다르다. 현대 정치는 여론 정치다. 청와대가 평소 많은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지만 인사 실패 등 특정 부분에서는 여론의 비판에 귀를 막고 있는 듯이 보였다. 여론 정치라고 해서 여론을 추종하는 정치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여론은 추종하기만 해서도 안 되지만 또 무시해서도 안 된다.

정치 지도자라면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야구와 달리 정치에서는 그런 일일수록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청와대가 소통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야신의 강연이 청와대가 여론의 비판에는 귀 막고 그냥 밀고 나가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