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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미친 완벽주의자의 혀를 내두를 내공

영화에 미친 완벽주의자의 혀를 내두를 내공

Posted July. 26, 201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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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감독 스탠리 큐브릭(19281999)은 20세기 영화 팬을 자처하는 이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 시계태엽 오렌지(1971년) 샤이닝(1980년) 풀 메탈 자켓(1987년) 그리고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1999년)까지. 그가 만든 영화는 모두(물론 초기 범작도 일부 있지만) 찬사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인물 됨됨이에 대해선 그다지 알려진 게 없다. 기획부터 시나리오, 심지어 홍보 문구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완벽주의자. 미국의 공고한 영화계 시스템과 자본의 간섭에서 거의 유일하게 벗어나 자유롭게 영화를 찍었던 독불장군(?)이란 점을 빼면, 그냥 수염 텁수룩하고 고집 세 보이는 할아버지 얼굴만 떠오른다. 그런 이에게 이 책은 이미지만 기억되는 한 거장 감독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리라.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그에 대한 시각이 크게 바뀔 것 같진 않다.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그가 들이는 공을 엿보노라면, 오히려 정말 영화에 미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프로급 체스 실력을 가진 감독이 호적수인 기자와 장소를 옮겨가면서 새벽까지 자웅을 겨루는 대목은 매사에 열정적인 그의 성격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정열만 넘치는 게 아니라, 자기 영화의 모든 부분에 대해 해박해지려 노력하는 그의 진지한 태도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내에 큐브릭 감독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첫 번째 책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1959년부터 1987년까지 여러 기자가 인터뷰한 기사를 모아 놓은 거라 한계가 분명하다. 풀 메탈 자켓이 개봉되던 시점 이후의 삶을 가늠할 수 없단 점도 아쉽다. 그러나 그의 영화가 난해한 이유에 대해 나 역시 쉬운 대답을 갖고 있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위대한 영화 철학자를 만나는 건 더 없이 반갑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