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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민평기의 어머니

Posted May. 12, 20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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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는 유족보상금 중 1억 원을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써달라며 국가에 기부했다. 윤 씨의 방위성금 헌납에 감동한 경기도의 중소기업 임직원들이 보낸 830만 원도 제2함대에 전달했다. 아들의 모교인 충남 부여고 교사와 학생들이 조의금 120만 원을 갖고 오자 30만 원을 더 보태 150만 원을 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여승무원 박지영 씨의 어머니는 서울대 미대생들이 모금한 200여만 원의 성금을 정중히 사양했다. 박 씨의 어머니가 사정이 더 어려운 친구에게 우리 딸 이름으로 전달하면 고맙겠다고 하자 학생들은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며 감동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몇몇 단원고 학생의 부모는 장례비를 국가가 모두 지원하는데도 나랏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며 가장 저렴한 장례용품을 사용했다.

민 상사의 어머니 윤 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평범한 70대 할머니다. 박 씨 모녀도 어려운 형편에 힘들게 살았다. 원인은 다르지만 불의의 선박 침몰로 자녀를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돈으로 보상할 수는 없다. 그래도 두 어머니는 자신들에게 전달된 돈을 국가나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포기했다. 서민에게는 생활에 보탬이 될 만한 목돈을 마다하기는 쉽지 않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 안전관리를 내팽개치고 승객들을 차가운 바닷물에 수장()시킨 해운업체와 선장, 선원들의 행태는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해양수산부 마피아와 해경()의 업계 유착 의혹과 해묵은 안전 불감증도 한심하다. 국가적 참사를 정치적 선동에 악용하는 사회 일각의 어두운 열정이나 사실 확인과 검증도 않고 잘못된 내용을 쏟아낸 상당수 언론의 행태도 뒷맛이 씁쓸하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일부 희생자의 부모가 보여준 모습은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자식을 잃은 극단의 애통 속에서도 민평기 상사와 박지영 씨의 어머니가 보여준 절제와 배려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덕목이 아니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