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른바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된 뒤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권력 장악을 뒷받침하는 핵심 파워엘리트 그룹으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9일 장성택이 부장으로 있던 노동당 행정부가 장성택 처형 이후 해체되고 그 업무가 조직지도부로 흡수되면서 조직지도부의 위상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 구성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의 1차 회의(9일) 전날인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당의 영도적 역할과 기능을 높이기 위한 기구 보강과 조직 문제가 토의됐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은 행정부를 해체하고 그 기능을 조직지도부로 흡수하는 내용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직지도부 강화는 노동당을 통한 김정은 유일통치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조직지도부 소속 엘리트 집단이 당 핵심인 정치국 위원, 국가기관인 국방위원회 등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황병서의 조직지도부 부상
조직지도부는 북한 내 모든 당원과 간부들의 정치적 동향과 사생활을 감시, 보고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장성택이 행정부장이던 시절 행정부가 행사했던 국가안전보위부(정보기관), 인민보안부(경찰) 및 행정기관들에 대한 관리 기능까지 흡수하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부상한 조직지도부 신()파워엘리트의 대표 인사는 황병서 제1부부장이다. 황병서는 3월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처음 대의원에 오른 뒤 북한 매체를 통해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한 사실이 확인됐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황병서가 김경옥이 맡고 있던 조직지도부 군사 담당 제1부부장에 임명되고 김경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사부장에 임명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는 지난해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김정은 수행 횟수 2위였고, 올해는 김정은 수행 횟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는 관측이 많다. 황병서는 조직지도부 과장 때부터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에게서 각별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병서는 조직지도부의 다른 제1부부장인 조연준 김경옥과 함께 군에 대한 당의 지배를 강화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위원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조직지도부에서 장성택이 과거 행정부에서 관장했던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즉 김정은이 최측근과 김씨 일가로 조직지도부를 장악해 권력 안정화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은의 변덕 용인술과 불안한 파워엘리트
핵심 파워엘리트의 또 다른 축은 장성택 처형을 조직지도부와 함께 주도한 국가안전보위부다.
보위부장인 김원홍은 지난해 12월 장성택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장에서 반당반혁명종파주의 명목으로 끌려 나갈 때 최룡해와 함께 김정은 옆에 앉아 있었다.
김원홍은 2009년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이 된 이후 김정은의 군부 엘리트 장악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권력 핵심인 노동당 정치국 위원으로서 군의 이영길 총참모장이나 장정남 인민무력부장보다 노동당 내에서 더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군부에선 최룡해와 이영길 장정남이 파워엘리트 그룹을 형성했다. 최룡해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고 이영길 장정남도 노동당 정치국 또는 국방위원회 진출이 유력하다. 한 북한전문가는 김정은이 현재 어떤 파워엘리트보다 최룡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룡해가 실제 실세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정보 당국 출신의 한 전직 당국자는 민간인 출신의 최룡해는 2인자로 보기에는 군내에서 실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군부의 충성심 경쟁을 유도하려고 수시로 군 수뇌부 계급장의 별을 뗐다 붙였다 하는 인사 조치를 반복하고 있어 최룡해도 언제든 숙청될 수 있는 군부 인사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집권 초기 최룡해와 군부 2인자 자리를 다투던 이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은 지난해 7월 숙청당했다. 최룡해도 이영호처럼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