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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궁의 사랑과 전쟁

Posted January. 27, 2014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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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미니 시리즈도, 아이돌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아닌데 10년 넘게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1999년 시작한 KBS 2TV의 사랑과 전쟁이다. 불륜에서 시월드의 갈등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부부생활 풍속도를 시시콜콜 실감나게 그려내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매번 기상천외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사랑과 전쟁도 울고 갈 만한 스캔들이 지금 프랑스에서 벌어졌다.

남자는 30여 년 살던 동거녀와의 사이에 네 자녀를 두었다. 첫 동거녀를 팽개치고 내 인생의 사랑이라고 떠벌린 두 번째 동거녀와 오래 가는가 싶었더니 또 다른 여자와 밀회를 즐기다 들통 났다. 격분한 동거녀는 병원에 드러눕고 마침내 둘은 결별했다. 동거녀가 40억원이 넘는 골동품을 집어던져 깨뜨렸다는 소문까지 퍼져 나갔다. 프랑스판 사랑과 전쟁의 소재를 제공한 주인공은 바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평범한 시민이건 대통령이건 이 나라에서 혼전 동거는 흠이 아니다. 법적으로도 커플의 결합 형태에 따라 결혼과 단순 동거, 둘의 중간 형태인 시민연대협약(PACS)으로 분류된다. 1999년 사실혼 관계에 대한 사회적 법적 지위를 인정한 법이 통과된 이래 PACS 커플은 급증하고 있다. 결혼과 PACS 커플을 비교하면 2000년 30만5234건과 2만2271건에서 2010년 25만1654건과 20만5558건으로 둘의 격차가 바짝 좁혀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다섯 달 만에 재혼한 부인과 이혼했다. 그는 재임 중 이혼이란 기록을 세운 뒤 13세 연하 모델 카를라 브루니와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대선 과정에서 올랑드에게 사생활을 공격당했던 사르코지는 이번 염문설이 폭로되자 프랑스 대통령직을 우습게 만들었다며 역공을 퍼부었다. 올랑드의 인기는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추락 중이다. 엘리제궁의 사랑과 전쟁이 막장으로 치달으면서 정치와 사생활은 별개라는 프랑스 국민의 믿음도 약간 흔들리는 듯하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