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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쇼크

Posted January. 03, 2014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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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금융시장 개장 첫날 달러화, 엔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증시가 크게 요동쳤다. 원-엔 환율(오후 3시 기준)은 5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0원 선이 깨졌고, 원-달러 환율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원화 강세가 한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45% 급락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1원 내린 1050.3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1년 7월 27일(1050.0원) 이후 최저치다. 원화 가치가 오른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되는 오후 3시 기준 997.44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엔 환율(오후 3시 기준)이 세 자릿수를 나타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 8일(994.85원) 이후 처음이다.

외환시장이 큰 충격을 받으면서 증시도 새해 첫 개장일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소폭 오름세로 개장한 코스피는 장중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보다 44.15포인트(2.2%) 낮은 1,967.19로 마감했다. 삼성전자(4.59%) 현대차(5.07%) 기아차(6.06%) 등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전자 및 자동차, 즉 전차() 산업의 대기업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하락 장세를 주도했다. 특히 이날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크게 밑돌며 어닝 쇼크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아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한 반면 일본은 기존의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앞으로도 엔화 약세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될 개연성이 큰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4년 경제정책 방향을 작성하면서 올해 수출 증가율이 6.4%로 지난해(2.5%)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목표 달성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환율은 올 한 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며 그나마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좋아져서 어느 정도 버틸 힘은 남아 있지만, 기업의 수익성은 그만큼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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