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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압박수사에 밀려 추징금 내는 전씨 일가

검찰 압박수사에 밀려 추징금 내는 전씨 일가

Posted September. 06, 2013 05:41,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자택과 사무실 17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선지 어제로 딱 50일이다. 최근 전 씨 일가가 백기투항 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쉽게 항복할 것을 지난 16년간 무슨 오기로 버텼는지 의아하다. 그동안 법치가 얼마나 공허했는지 반성할 대목이다.

전 씨 일가의 태도가 바뀐 것은 전 전 대통령의 아들들이 구속될 위기에 처해서다. 재용 씨는 3일 검찰에 불려가 18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는 부인과 장모, 처제 등을 통해 미국에 수십억 원대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 서소문동에는 낡은 건물들을 사서 재개발을 추진하며 상인들과 마찰을 빚었다. 아버지로부터 건네받은 떳떳치 못한 재산으로 전두환 타운을 조성한 것이다. 전 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구속됐고 장남 재국 씨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줄줄이 쇠고랑을 찰 위기에 놓이자 전 씨 일가는 마지못해 추징금 자진납부 의사를 밝혔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전 씨 일가는 서로 분담할 구체적 액수도 논의한 모양이다. 재국 씨가 700억 원, 재용 씨가 500억 원, 삼남 재만 씨가 200억 원, 딸 효선 씨가 40억 원가량을 부담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돈 이희상 동아원 회장도 100억 원 상당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이순자 씨 명의로 돼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본채와 셋째 며느리 소유인 별채 등 연희동 사저도 국가에 헌납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 정도면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여 원에 얼추 가깝다. 하지만 상당수 재산이 부동산이어서 막대한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하는데다 매매나 경매가 제대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로서는 자진납부 약속만 믿고 섣불리 수사를 중단할 수 없을 것이다. 추징금을 다 낸다 해도 조세포탈이나 재산국외 도피 같은 범죄행위를 그냥 덮을 수도 없다.

전 씨 일가는 국민에게 속죄할 태도 기회가 많았다. 떼를 지어 호화 골프를 치러 다니고 29만 원밖에 없다는 식으로 국민의 염장을 질렀다. 늦은 감이 있으나 이제라도 추징금을 깨끗이 완납하고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일을 마무리 지어야 후손이 낯을 들고 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노태우 전 대통령도 동생과 전 사돈이 미납 추징금 230억여 원을 완납했다. 전 전 대통령에 비해 잔여 추징금이 얼마 남지 않아 부담이 덜했을지 모른다. 두 대통령이 추징금을 다 냈다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진정으로 속죄하는지 국민은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