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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

Posted March. 05, 2013 03:42,   

ENGLISH

지구상에는 약 6500가지의 언어가 있다. 가장 많은 인구가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는 중국어로 10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 그 다음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약 4억 명, 4위는 힌디어로 3억 명 이상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구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언어는 엉터리 영어(Broken English)라는 우스개가 있다. 프로골퍼 박세리 선수나 퀸스파크레인저스(QPR) 박지성 선수의 영어 실력이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렸을 만큼 이젠 무슨 일을 하든지 외국어가 필요한 글로벌 시대가 됐다.

언어능력은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인간의 양쪽 뇌 가운데 좌뇌는 언어와 분석적 사고를, 우뇌는 시공간 감각과 종합적 사고를 담당한다. 한 생리학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남자는 언어 처리를 할 때 좌뇌만 사용하는 데 반해, 여자는 좌뇌뿐 아니라 우뇌도 사용하고 특히 좌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독일의 한 신경학자는 남녀 피험자들에게 3차원 가상현실을 빠져나오는 실험을 했는데 남자는 평균 2분 22초, 여자는 3분 16초 걸렸다. 여성은 언어능력이, 남성은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다는 통념과 비슷한 결과다. 하지만 반대의 연구결과도 많아 과학적 진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이 화제다. 박 대통령은 영어와 프랑스어는 토론이 가능할 만큼 능숙하고, 중국어와 스페인어는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최근 몇몇 외교사절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고급 외국어 표현들을 사용해 통역관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영어는 어린 시절 청와대에 살면서 미국인 교사에게 과외를 받았고, 프랑스어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배웠다고 썼다. 20세이던 1973년엔 스페인에서 현지어로 연설한 경험이 있으며 중국어는 EBS를 통해 5년 이상 독학했다고 한다. 외국어를 잘한 대통령으로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이 전 대통령은 신생 독립국의 수반이 된 뒤에도 직접 영어로 외교문서를 썼다.

박 대통령이 한국어를 포함해 5개 언어를 한다면 외국어 실력에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으뜸일 듯하다. 지도자의 외국어 실력이 국정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단할 순 없지만 나쁠 리는 없다. 공식 회담은 통역을 활용하지만 단둘이 있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대화가 잘되면 친밀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기 위해서다. 4개 외국어를 구사하는 박 대통령이 우리말로 하는 국내 정치에선 불통()이란 말을 들으니 아이러니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