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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신 볼모 삼은 반인륜투쟁 당장 그만두라

[사설] 시신 볼모 삼은 반인륜투쟁 당장 그만두라

Posted February. 02, 20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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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고 최강서 씨의 시신이 든 관을 들고 부산 영도 조선소에 진입해 농성에 들어갔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15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노조 사무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최 씨는 2011년 2월 정리해고 됐다가 지난해 11월 복직했으나 일감이 없어 바로 유급휴직에 들어갔다.

최 씨가 회사 일을 하지 못해 목숨을 끊기에 이른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강성 노조원들이 관을 들고 농성을 하는 바람에 최 씨는 숨진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갖고들이 장례를 못 치르고 있다. 한진중지회는 2003년에도 손해배상소송 철회, 임금단체협상 등을 요구하다 목숨을 끊은 김주익 당시 지회장의 관에 드라이아이스를 채우고 한 달 동안 크레인 농성을 해 손배소를 철회시킨 적이 있다. 최근 일어난 가장 대표적인 시신 볼모 농성은 사건발생 1년 만에야 장례를 치른 용산 참사 사망자 5명의 사례다. 용산참사 사건에 가담해 기소됐던 철거민 6명 가운데 5명이 이번 특별사면에서 잔형 집행을 면제받았다.

이런 식으로 주검을 분규에 이용하는 것은 인륜()에 어긋난다. 지회 측은 천막 농성장으로 시신을 옮기려고 했는데 경찰이 막았고, 그 과정에 조선소 서문이 갑자기 열려 우발적으로 시신을 들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하지만 그대로 믿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예를 갖춰 시신을 안치하고 장례를 치르는 게 도리다.

지금 한진중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관리직을 제외한 전체 직원 750명 중 74%인 555명이 한진중 노조에 소속돼 있다. 지회가 주도한 노사분규에 지친 근로자들이 작년에 새로 만든 노조다. 나머지 195명은 지회 소속이다. 한진중 노조는 어제 성명서에서 외부단체 세력들이 무단 난입해 시신을 볼모로 극단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전 직원들이 출근을 못해 우리의 일터가 다시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고인의 죽음을 왜곡하지 말고 외부세력은 즉각 철수하라면서 금속노조가 조합원들을 또다시 죽이는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진중은 극심한 노사분규로 4년 동안 해군 선박 3척 외에 상선 수주는 한 척도 못했다. 지금도 전체 인력의 20%만 일을 하고 있다. 최근 분규가 진정되면서 에너지 운반 벌크선 10척에 대해 수주 협상이 겨우 진행되고 있다. 노조위원장까지 나서 유럽 선주를 만나며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는 판이다. 수주가 잘 되면 휴직자 300명을 다시 일터에 불러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외부세력과 과격 노조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회사의 근로자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막가파 투쟁이 아니라 일감이다. 소수파 강경 지회 때문에 피해를 당해야 하는 다수의 근로자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