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January. 12, 2013 06:43,
서울 지역 9개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201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도입되는 선택형 수능시험에 대해 실시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올해 11월 7일 처음 시행하는 새로운 수능은 현행 수준의 난도()가 유지되는 B형과, 쉽게 출제되는 A형으로 나뉘어 치러지며 수험생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응시하도록 돼 있다. 각 대학들은 입시에서 A, B형 중 어느 쪽의 성적을 반영할지를 사전에 공지한다. 시험 일정이 다가오면서 고교 교사들은 대학 진학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대학 입학처장들의 의견 발표는 일선 고교와 수험생들의 우려와 불안감을 대변하는 측면이 강하다.
새로운 수능 체제는 이명박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것이다. 어려운 수능과 쉬운 수능을 함께 실시하면 상위권 대학은 수험생들에게 어려운 수능의 성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나머지 대학들은 쉬운 수능을 반영할 공산이 크므로 상당수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필요 이상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사교육비가 감소하는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우리의 수능과 유사한 미국의 SAT도 논리력 시험과 과목 시험으로 이분화해 있으며 대학마다 입시에 반영하는 시험과목이 다르다.
일선 고교들은 준비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도 수시전형에서 3000개가 넘는 입시방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학 지도가 더 복잡해지고 힘들어질 수 있다는 하소연이다. 학생들 역시 어느 유형을 택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중간 정도의 성적이어서 지원 대학을 정하기 애매한 학생들이 더 곤혹스러울 수 있다. 일부 고교들은 어느 고교의 학생들이 어려운 B형을 많이 선택하느냐에 따라 고교가 서열화한다고 불만을 내비친다. 대학들도 A형 대학 B형 대학으로 분류되는데 따른 부담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새 수능시험 실시를 유보하는 것은 입시의 안정성 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선택형 수능시험은 2010년 9월 처음 공론화했고 전국적인 공청회, 고교 교사와 대학 입학처장을 상대로 한 간담회, 여론 조사를 거쳐 2011년 1월 시안을 발표했다. 3년의 예고기간을 거친 셈이다. 새 제도에 맞춰 시험 준비를 해온 고교생도 적지 않다. 시험 10개월을 앞둔 지금 시계를 되돌리는 것은 더 큰 혼란과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을 부른다. 교육열이 강하고 대학 진학이 사회적 신분과 직결돼 있는 한국적 교육풍토에선 입시의 예측 가능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는 예정대로 실시한 뒤 보완할 점이 드러나면 다시 논의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