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지 나흘 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불법대출 금액과 횡령액이 5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비리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10일 빼돌린 회삿돈과 불법대출 금액이 계속해서 추가로 드러나고 있어 현재로서는 비리 규모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의 비리와 관련해 현재까지 드러난 불법대출 금액은 4500억여 원이다. 충남 아산의 골프장 인수 비용을 마련하려 차명으로 세운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해 대출받은 4000억여 원과 한 국산 명품가방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차린 차명회사를 통해 대출받은 500억여 원 등이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김 회장의 횡령액은 480억 원이다. 도피 직전 인출한 회삿돈 203억 원과 277억 원 상당의 회사 소유 주식을 190억 원에 매도한 것 등이다. 김 회장이 도난당했다고 주장한 56억 원이나 미대에 다니는 딸의 그림을 고가에 구입한 것도 비리 내용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는 김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을 비롯해 저축은행 임원 및 대주주 비리에 우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1, 2차 저축은행 수사 때도 저축은행의 퇴출을 막고 불법대출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을 피하려 현직 청와대 수석과 감사원 감사위원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 금융당국 관계자에 광범위한 로비를 펼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빼돌린 고객 예금이 비자금으로 조성돼 이중 일부가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회장과 돈독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관계 인사로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있다. 김 회장과 이 전 총리는 10년 넘게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2003년 자신이 고문을 맡게 된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돈독한 인간관계를 맺어온 김찬경 대표이사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기에 고문직을 수락할 때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