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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던 새터민도 나섰다

Posted February. 18, 201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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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을 구출하기 위한 각계의 구명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이번 구명운동에 탈북자들이 온라인으로 여론을 형성해 자발적으로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탈북자 북송 반대와 같은 시위는 주로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이 주도했다. 탈북자 단체들이 주최가 된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단체 활동가 등으로 항상 나오던 사람들만 계속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크게 늘었다. 17일 오후 국내 탈북자 최대 커뮤니티사이트 새터민들의 쉼터 회원들은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시위를 벌였다. 전날 소향이라는 닉네임의 한 탈북자가 우리가 가만있으면서 어떻게 세계와 한국 정부에 탈북자들을 구명해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가는 내용의 글을 게시판에 올리지 탈북자들이 이에 호응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곳 회원들은 앞으로도 탈북자 북송반대 시위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광주 지역 탈북자 10여명은 남구 중국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가 한국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탈북자들의 북송을 중단해줄 것을 호소했다. 서울이 아닌 지방의 탈북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위까지 나선 것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전날에도 중국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도한 지현아 씨(33)는 북송돼 지옥 같은 증산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과거가 있다. 과거에 보기 힘든 이색적인 구명운동 방법도 눈에 띈다. 통일운동단체인 통일시대사람들은 단체 홈페이지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번역한 탈북자 구명 호소문을 게재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이메일 팩스 등을 활용해 호소문을 전 세계에 릴레이로 전파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 단체 대표도 탈북자이다.

다른 인권단체들도 탈북자들의 북송을 저지하기 위한 시위와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인터넷에서도 이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 등 10개 북한인권단체는 17일 서울 세종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에 억류된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중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부터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시민을 상대로 탈북자 북송을 막아줄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명단을 외교통상부와 주한 중국대사관, 유엔에 전달할 계획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탈북자들의 북한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온라인 탄원운동을 시작해 수천 명의 서명을 받았다. 다음 아고라와 세계적인 서명운동 사이트인 체인지에서도 구명운동이 시작돼 1만 명 이상이 이미 서명했고 북한관련 사이트 북한RT에도 이들의 무사귀환을 소원하는 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북자 북송을 막아줄 것을 촉구하는 현병철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생명의 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의 북송을 막기 위해 유엔 차원에서 최선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