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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참아 연아의 분노

Posted August. 26, 20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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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영광이다. 사제지간이었던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와 브라이언 오서 전 코치(49캐나다). 결별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를 칭찬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했던 5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진실은 드러나지 않은 채 결별 원인과 과정을 두고 비난만 오가고 있다.

김연아 거짓말은 그만 하세요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번지자 김연아가 직접 나섰다. 김연아는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B 씨, 제발 거짓말은 그만하세요. 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이 결정은 제가 한 것이에요라고 적었다. B 씨는 오서 코치를 지칭한 것이다.

또 자신의 미니홈피에도 글을 올렸다. 김연아는 참다 참다 더는 지켜보고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해서 글을 올린다며 저뿐만 아니라 오서 코치 등 이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결별 과정에 대해 (코치와) 계속 함께하든 헤어지든 제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고 엄마와 함께 신중하게 결정한 것이다. 코치와 관계를 정리할 때 코치와 직접 상의를 하고 결정하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연아는 결별 이유를 오서 코치에게 돌렸다. 김연아는 타 선수 코치 제의와 얽힌 문제가 있었지만 정말 이유가 그것 한 가지일까라며 4년 동안 겉으로 비치는 것처럼 정말 아무 문제없이 즐겁게 훈련만 하고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결별로 이어진 원인에 대해 그 과정을 알려드리고 싶지도 않고 알려드릴 필요도 없다. 어디까지나 우리만의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다.

오서 코치 아사다에게 절대 안가

전날 연락이 닿았던 오서 코치는 25일에는 전화기를 꺼놓았다. 수많은 국내 언론의 인터뷰 요청 탓인 듯하다. 지금까지 오서 코치와 인터뷰를 한 언론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오서 코치의 요점은 두 가지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아사다 마오에게도 절대 안 간다.

오서 코치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연아 측은 5월 다른 선수의 영입설 이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다른 선수는 다름 아닌 일본의 아사다 마오. 하지만 오서 코치는 모든 것이 소문일 뿐이며 이후로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일본 언론도 때맞춰 아사다는 오서에게 코치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오서 코치는 앞으로 아사다를 가르칠 기회가 생긴다 해도 절대 그럴 마음이 없다고 강조했다.

결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금전 문제에 관해 오서 코치는 일주일에 550달러(약 65만7000원)를 받는다며 자신은 최소한 김연아에겐 비싼 코치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김연아 측의 대응에 계속 모욕당하고 있다며 김연아가 (내가 일하는) 클럽을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다. 떠나면 지금 같은 수준의 훈련을 혼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은퇴 위한 수순? 섣부른 일처리?

김연아가 미니홈피에서 내비쳤듯이 선수와 코치는 계약 관계일 뿐이다. 언제든지 계약은 종료될 수 있다. 김연아와 오서 코치의 결별은 계약 기간이 만료된 뒤 재계약을 안 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김연아가 은퇴를 염두에 둔 절차를 밟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김연아는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겠다며 선수생활 유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새 시즌을 앞두고 코치와 계약을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김연아가 기술적으로 완벽하더라도 코치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의 관계 지속은 아이스쇼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김연아 측의 적절하지 못한 일처리다. 두 사람의 결별은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이다. 만약 두 사람이 함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결별을 알렸다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한쪽에서 결별 사실을 터뜨려 결별을 통보한 주체를 놓고 맞대응하는 사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만남도 중요하지만 헤어짐도 중요하다.김동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