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북 쑥들어간 경제강국 슬로건 왜?

Posted December. 30, 2009 01:16,   

ENGLISH

강성대국 건설은 선군정치와 함께 지난 10년간 북한 주민들을 선동해 온 핵심 슬로건이다. 북한은 10년 전부터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2012년이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것은 말장난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북한의 강성대국 논리도 10년 전보다 후퇴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경제강국 논리 쑥 들어가나

지금까지 강성대국 건설의 핵심 논리는 경제강국이었다. 북한은 1998년 강성대국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내면서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을 모두 합친 것이라고 정의했다. 정치사상강국과 군사강국은 이미 달성했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만 강국으로 만들면 된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모든 정책의 핵심은 경제강국 건설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북한 매체들에서 경제강국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의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27일 주체의 사회주의강성대국의 징표라는 글을 실으면서 경제강국이라는 단어를 빼고 강성대국을 다시 정의했다. 즉 영토의 크기나 인구수, 사회생활의 일정한 분야가 높은 단계에 이른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며 인민들이 세상에 부럼 없이 사는 나라라는 것. 또 국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사상적 힘이며, 군사력은 핵심구성부분이지만 경제적 힘은 중요구성부분이라고 정의함으로써 경제 중요도가 세 번째로 처졌다. 극소수가 나라의 권력과 재부를 독차지하고 특권과 억만 재부()를 향유하는 나라는 부흥번영하고 강대한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최근 화폐개혁과 부동산관리법 등 잇따른 조치로 장마당에서 돈을 번 시장경제 세력을 축출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강성대국 건설 논리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강성대국의 경제 수준

북한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경제강국을 외쳐 왔지만 정작 경제수준의 목표를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그저 인민들이 세상에 부러움 없이 사는 나라라는 추상적인 단어만 나열되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북한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강성대국의 경제수준을 선진국과 비교할지 아니면 자체 기준으로 평가할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최근 강성대국 논리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평가 기준이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영원히 부강 번영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 못살아도 앞으로 번영할 수 있다면 된다는 의미이다. 북한이 지금 같은 폐쇄정책을 유지하면서 경제력의 비교 기준을 외부세계와의 객관적 비교가 아닌 정보를 통제하면서 못사는 나라들과 비교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빈곤 속에 강성대국 달성을 외쳐야 하는 북한이 결국 오늘 당장 강성대국이라고 외쳐도 이상할 게 없도록 물 타기식 논리를 새로 개발하려 하는지 의혹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