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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첫 결실 오바마 메리 크리스마스

Posted December. 25, 20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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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의 승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건강보험개혁법안이 24일(현지 시간) 상원에서 통과될 것이 확실해 건보개혁 작업은 이제 9분 능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변화의 기치를 내걸고 집권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건보 개혁을 자신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았다. 그는 취임 후에도 혼신의 힘을 쏟으며 의회 논의 과정에서도 고비 때마다 직접 나서 해결사 역할을 자임했다. 건보 개혁을 저지하려는 보험회사들의 집요한 의회 로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공화당의 거친 공세도 막아냈다. 그는 하와이에서 보내기로 한 연말휴가 일정도 상원 표결 뒤로 미루고 건보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미국 내에서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은 모두 5400만여 명. 이번에 통과된 상원의 건보개혁법안이 시행되면 향후 10년 동안 3100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하원 법안과 달리 정부가 운영하는 퍼블릭옵션(공공보험)은 상원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방정부 산하기구가 민간보험사를 감독해 사실상 국민보험과 유사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노인건강보험(메디케어) 적용 범위를 65세 이상에서 55세 이상으로 넓혔다. 하원 법안이 보험혜택 대상자를 3600만 명으로 늘린 것에 비하면 원안보다 후퇴한 것이라는 민주당 내 진보세력의 불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상원 법안이 적용되더라도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수입이 8만8200달러를 넘지 않을 경우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은 750달러나 수입의 2% 가운데 큰 금액을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사실상 모든 국민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상원 법안대로 하려면 앞으로 10년 동안 8710억 달러가 필요하다. 공공보험을 도입한 하원 법안을 추진하려면 1조520억 달러의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 이 때문에 공화당에선 재정적자의 골이 깊어져 국민의 가계사정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건보 개혁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됐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절차도 남아 있다. 당장 하원과 상원은 따로 만들어진 법안을 통합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상원과 하원이 합의한 단일법안을 만들어 각각 전체회의에서 통과돼야 오바마 대통령의 책상으로 법안이 넘어간다. 하지만 60%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상원에서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종료 투표에서 승리한 데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됐기 때문에 남은 절차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의 금융위기 유산을 고스란히 넘겨받은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1년은 한마디로 가시밭길이었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을 금융회사에 쏟아 부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첫 개혁과제인 건보 개혁은 성공의 문턱에 들어섰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맛보는 정책적 성공이다. 2년차를 맞는 오바마 대통령의 다른 개혁 작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영해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