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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완구 지사의 사퇴

Posted December. 06, 200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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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2003년 12월 정치권의 구태와 노무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줄 필요성을 내세우며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지사직을 사퇴했다. 이듬해 노 대통령 경제특보에 임명되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으나, 소망했던 총리직과 대권에는 이르지 못했다. 심대평 전 충남지사는 2006년 3월 충청이 주인되는 선거혁명을 내세우며 지사직을 사퇴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이회창 총재와 함께 자유선진당을 창당해 재선의원이 됐지만, 올 8월 총리직을 둘러싼 이 총재와 불화로 탈당했다.

이완구 충남지사가 어제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세종시 원안추진에 도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했다. 법집행이 중단된 점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 수정안의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과 충청도민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책임을 저버린 경솔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세종시 건설이라는 국가정책에 도지사가 정치생명을 거는 것부터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관점도 있다.

한나라당 탈당 가능성에 대해 그는 견해가 달라도 당내에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정당정치라며 한나라당을 굳게 지킬 것이라고 했다.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에 몸담았던 일로 철새 논란에 시달렸던 처지에서 아무리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도 탈당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사직을 내던지면서 당적을 보유한다고 해서 명분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사가 기자회견을 충남도청이 아닌 국회에서 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사퇴정치의 최종목표가 지역정서에 부응해 충청 맹주로 도약하는 것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정치적 욕심이 남다르다는 평을 듣는 그는 평소 총리직과 대권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세종시가 어느 쪽으로 귀착되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충청민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된 자신을 필요로 할 것을 계산에 넣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지사의 사퇴극이 그의 정치행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