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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체력과 학력 사이

Posted October. 15, 20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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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이전 세대보다 키와 몸집이 커졌지만 체력은 갈수록 떨어진다는 소식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8년 초중고 학생들 가운데 좋은 체력을 의미하는 1, 2등급 비율은 33%로 2000년의 41%보다 8%포인트나 줄었다. 반면에 체력이 떨어지는 4, 5등급 비율은 42%로 같은 기간에 11%포인트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대학입시 준비에 가장 바쁜 고3 학생들의 체력 저하가 가장 심각해 49%가 4, 5등급이었다.

이처럼 덩치만 큰 약골이 늘어나는 이유는 과도한 학습 부담, TV 시청과 인터넷 사용 등 몸 안 쓰는 활동의 증가, 체육활동 감소, 패스트푸드 섭취 같은 서구식 식생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고3이 되면 체육 수업은 학급 시간표에만 남아있을 뿐 실제론 자습시간이나 보충수업으로 대체되기 일쑤다. 입시 스트레스가 심한 학생들과 학교 측의 사정에 공감하면서도 수험생일 때 달리기 등 체육활동을 더 많이 하는 외국 학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수험생은 운동하는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고 공부에만 매달린다. 그러나 이런 생활 스타일이 정작 학습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운동은 늙은 신경세포 간에 연결망()을 만들어내며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한다. 분자생물학자 존 메디나는 운동을 하면 뇌에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향정신성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 물질이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하버드대 존 래티 교수는 운동은 집중력과 침착성을 높이고 충동성을 낮춰준다고 설명한다.

2001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운동을 한 쥐들이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 기억, 계획, 조직, 문제해결 능력 등 고난도의 두뇌활동력이 훨씬 높았다. 한마디로 더 똑똑해지는 것이다. 운동과 학습능력 간의 긴밀한 상관관계는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종일 공부만 하는 것보다 적절한 운동을 곁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거꾸로 우리 학생들의 체력 저하는 학력 저하를 의미할 수 있다. 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학교 체육수업을 내실화하고 학생들의 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