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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신 아프간 구상 알카에다 우선 척결 가닥

오바마의 신 아프간 구상 알카에다 우선 척결 가닥

Posted October. 10, 20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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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주둔 미군사령관이 4만 명의 병력 증파를 요청한 뒤 군 수뇌부, 공화 민주 양당 지도부, 내각의 외교안보팀 등과 연쇄회의를 가진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의 토착 탈레반 세력보다는 국제 테러 네트워크인 알 카에다를 척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한편 병력 증파는 제한적으로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팀이 알 카에다를 상대로 한 전투에 최우선적인 목표를 두는 대신 탈레반 축출 문제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낮게 두는 쪽으로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구상 중인 아프간 전략은 탈레반 세력의 권력 복귀를 용인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프간을 알 카에다의 은신처로 만드는 것을 불허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탈레반이 아프간의 문화 속에 워낙 뿌리 깊게 스며들어 있고 국민들 사이에 현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에 비해 오히려 정통성을 갖고 있어 완전히 소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오바마 행정부는 탈레반의 일부 세력을 아프간의 한 부분으로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탈레반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현재의 무력투쟁 노선을 포기하고 중앙정부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은 대영제국, 구소련 등이 잇따라 실패를 맛보면서 제국의 무덤으로 불리는 아프간에서 장기간 소모전을 펼치지 않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미국은 8년 동안 진행된 전쟁에서 87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탈레반에 대한 전면적인 소탕작전이 미국의 아프간 전략에서 제외될 경우 현지에 대규모 전투 병력을 증강시켜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고 대신 기존 병력을 이용해 알 카에다가 은신한 파키스탄의 거점을 공격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상원 군사위원인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은 별개의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탈레반을 용인하는 것은 알 카에다의 세력 확장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전쟁 최종 구상은 10월 중순에 발표될 예정이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