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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완화 기조 당분간 유지 한은총재, 금리인상 연기 시사

금융완화 기조 당분간 유지 한은총재, 금리인상 연기 시사

Posted October. 10, 20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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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개월 연속 동결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으로 이른바 출구전략(Exit Strategy) 시행이 연내에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증시는 오랜만에 큰 폭으로 올랐다.

한은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4분기 이후 경제성장, 선진국 경기 및 원자재시장 등을 보면서 경기가 꾸준히 좋아지고 금융시장도 안정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지난달 금통위 발언이 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며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매우 강한 금융완화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이런 언급이 바로 다음 달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고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지난달 금통위가 끝난 뒤에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총재의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발언 수위가 한층 완화된 것에 한은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내에는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총재는 이날 3분기에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작년 말과 올해 초 급격한 재고조정으로 성장률이 낮아졌다가 2, 3분기 들어 재고를 늘리면서 성장률이 높아지는 착시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거듭 강조했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경고도 이날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 총재는 9월 중순 이후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움직임이 있다. 규제감독당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효과를 내면 통화당국은 상당히 짐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한은의 입장이 한결 누그러진 데는 정부가 거듭 밝힌 출구전략 시기상조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이 총재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지만 상당수 금통위원들은 대통령까지 나서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며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데에 강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구전략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증시는 오랜만에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1.33포인트(1.94%) 오른 1,646.79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 총재의 발언 내용이 전해지면서 오후 들어 주가 상승폭이 컸다. 채권금리는 급락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내린 연 4.77%로 떨어졌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36%로 0.11%포인트 급락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최근의 경제회복세는 적극적인 정부 정책의 힘이 컸고 국제경제에서는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민간의 회복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연내에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유재동 jaeyuna@donga.com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