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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 14 좌 마지막 봉우리 안나푸르나 등정위해 오늘 출국

오은선, 14 좌 마지막 봉우리 안나푸르나 등정위해 오늘 출국

Posted September. 14, 20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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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처음 발을 디딘 곳.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생사의 경계를 수백 번 넘나들게 한 곳.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43블랙야크)에게 히말라야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오래도록 함께한 연인에게 한마디만 말할 수밖에 없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오 대장은 나를 품어줘서 고맙고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그 자체로 사랑한다고 했다.

미혼인 그는 예전부터 산과 결혼한 것 아니냐는 농담을 종종 들어왔다. 물론 그 때마다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히말라야에 짧지만 강렬한 고백을 했다. 산이랑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오 대장은 14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등정을 위해 네팔로 출국한다. 블랙야크가 후원하는 이번 등정에 성공하면 여성으로선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르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달 그가 13번째 봉우리인 가셰르브룸(8068m) 등정에 성공한 후 귀국하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동료 산악인과 언론은 물론 일반 국민의 격려도 이어졌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늘어났다.

사람들의 관심은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세계 최초 여성이라는 타이틀에 쏠린다. 그도 숨 가쁘게 달려왔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4개씩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며 목표 달성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주위의 우려와 시샘도 그가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둔 그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는 정상에 서기 전까지는 여성 세계 최초라는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그저 내가 가고 싶은 곳, 그리워하던 곳에 오른다는 생각으로 간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는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랐을 때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그것조차도 스트레스였단다. 그는 정상에 서면 어떤 느낌일지, 누가 떠오를지, 무슨 말을 하게 될지는 가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오 대장은 대학교 2학년 때 산악부원으로 북한산 인수봉을 오른 것이 제대로 등반을 한 첫 경험이다. 그때는 물론이고 2004년 아시아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8848m)를 단독 등정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주목받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런 걸 바라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오 대장은 21일께 안나푸르나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한 뒤 캠프 1, 2, 3을 차례로 세우며 루트를 점검하게 된다. 정상 도전은 다음 달 1025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오 대장과 함께 네팔로 떠나 등정 속보 및 다양한 이야기를 현지에서 생생히 전할 예정이다. 오 대장에게 이번 안나푸르나 등정은 연애의 끝이 아니라 가슴 설레는 프러포즈가 아닐까. 그 소중한 만남을 위해 그가 간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