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손긔졍 KOREAN 친필사인 엽서 나왔다

Posted August. 10, 2009 08:21,   

ENGLISH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생(19122002)과 준우승자 어니스트 하퍼(영국)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엽서가 공개됐다.

올림픽 우표 수집가인 오화석 씨(33)는 9일 두 사람의 사인이 들어있는 베를린 올림픽 기념엽서를 어렵게 손에 넣었다며 손 선생은 일제의 감시에도 일본 이름 기테이 손이 아니라 한글로 손긔졍이라고 당당히 사인했으며 자신이 조선인임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날은 손 선생이 베를린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지 꼭 73년이 되는 날. 또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2시간13분23초의 기록으로 마라톤 우승한 날이기도 하다.

엽서 뒷면에는 손 선생과 하퍼가 마라톤 반환점을 돌고 있는 당시 독일의 한 신문에서 오려낸 사진이 붙어 있으며 그 위에 한글과 영문으로 쓰인 손긔졍 SON KOREAN 1936 13-8이라는 사인이 보인다. 우승한 지 나흘 뒤인 8월 13일 사인한 것. 하퍼는 E. HAPER olympic games Berlin marathon 2nd라고 사인했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준우승자 하퍼라는 뜻이다. 올림픽 스타디움이 프린트돼 있는 엽서 앞면에는 하퍼의 사인이 또 있다. 8월 8일자로 찍힌 베를린 우체국 직인에는 나치문장이 보인다.

오 씨는 손 선생은 베를린 올림픽 선수촌에서 연습할 때도 일장기가 달린 훈련복을 입지 않고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단색 훈련복을 입었다. 우승 후 각종 초청행사에서도 일장기가 달린 단복은 결코 입지 않았다. 당시 찍은 수많은 사진 어디에도 일장기가 달린 옷을 입은 손 선생의 모습은 경기 당일을 빼놓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당시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사인한 방명록도 한글로 손긔졍이라고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은 1936년 8월 9일 오후 3시 2분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을 출발했다. 기온은 약간 높았지만(섭씨 2122.3도) 바람이 거의 없고 맑았다. 손 선생은 10km 지점 5위(34분10초), 25km 지점 3위(1시간24분49초)로 가다가 29km 지점에서 아르헨티나의 자바라를 제쳤고, 31km 지점에서 끈질기게 따라붙는 하퍼를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나섰다. 손 선생은 당시 올림픽 최고 기록(2시간29분19초)으로 우승했고 하퍼는 2시간31분23초로 2위, 남승룡 선생이 2시간31분42초로 3위를 차지했다.

손 선생은 생전에 나라 없는 백성은 개와 똑같아. 만약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베를린에서 달리지 않았을 거야라고 말했다.

이 엽서를 구한 오 씨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한국 선수단 통역을 맡았던 스포츠 마니아.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관련 우표만 400여 점이 있으며 역대 올림픽 관련 우표를 대부분 소장하고 있다. 이 중엔 1950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발행한 올림픽 육상 영웅(손기정, 제시 오언스, 파보 누르미 등) 8명의 우표도 갖고 있다. 서울대 법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국제스포츠 중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최근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곧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김화성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