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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으로 해외공관 격려금 펑펑

Posted July. 04, 2009 06:06,   

18대 국회의원이 해외출장 때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업무추진비(2억2934만 원) 가운데 3분의 1인 7462만 원을 각국 대사와 총영사 등 해외공관에 대한 격려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동아일보가 지난해 6월 8일부터 올 2월 7일까지 이뤄진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35건의 업무추진비 사용명세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밝혀졌다. 국회의원이 해외출장 중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인 업무추진비의 구체적인 사용명세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간에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업무추진비는 2억2934만 원(약 18만4721만 달러)이었으며 항공비와 체재비를 포함할 경우 전체 여행경비는 14억8035만 원에 달했다. 국회의원이 일정 조율과 길 안내를 맡아주는 현지 공관에 답례로 건넨 격려금은 사실상 국가 예산으로 촌지()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업무추진비에 대한 보다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8개월 동안 격려금만 7400여만 원

A, B, C 대사 각 1200달러씩, D 총영사 700달러, E 입법관 500달러. 모 중진 의원이 지난해 8월 하순 동료의원 4명과 유럽 일대 3개국을 다녀온 뒤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업무추진비 사용명세다. 업무추진비 1만6400달러 중 격려금으로 모두 5500달러를 사용했으며 3개국을 방문할 때마다 현지 대사에게 1200달러씩 줬다.

조사 대상 기간 중 이뤄진 해외출장의 전체경비 중 업무추진비의 유형별 사용명세는 오찬과 만찬비용 등 연회비가 6만2948달러, 해외공관 등 격려금이 6만102달러였다. 통역비(1만2748달러)와 선물비(1만2419달러) 차량임차료(1만1415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공관 격려금 가운데 1만7212달러가 대사에게 주어졌고 대사관에는 9363달러, 대사관 직원에겐 8854달러가 건네졌다. 대사관과 대사관 직원이 어떻게 다른지는 자료에 나와 있지 않다. 이런 구분은 국회의원이 제출한 사용명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별 수수금액도 대사는 5001200달러 총영사 500700달러 대사관 직원 300600달러 운전사 150400달러 등이었다. 무역관장과 한인회장에게 건네진 경우도 있었다. 격려금은 출장비 지급 규정에도 구체적인 지급 근거가 없다. 더욱이 영수증이 없다 보니 이 돈이 실제로 격려금으로 쓰였는지 알 수 없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통역비는 통역 도우미에게 서명을 받을 수 있지만 격려금을 준 사람에게는 어떻게 서명을 받겠느냐면서 국회의원이 적어낸 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격려금 항목을 국회의원이 허위로 작성하거나 부풀려 적어내도 찾아낼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연회비()와 선물비도 허점

지난해 미국 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명세에는 현지인과의 오찬과 만찬 일정은 전혀 없었다. 전부 현지공관이나 교민과의 격려 오찬과 만찬이었다. 해외출장 업무추진비 가운데 연회비(6만2948달러)는 격려금보다 다소 많지만 이 마저도 교민이나 공관 등에 사용되고 있다.

선물비(1만2419달러) 사용명세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선물을 사기 위해 지불한 영수증만 낼 뿐 그 선물을 누구에게 지급했는지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선물목록을 적지도 않고 그 돈을 선물 용도로 사용했다는 영수증만 내면 문제 삼지 않는다.

판례도 무시하는 국회

지난해 8월 중하순 동남아에 들른 여야 국회의원 4명은 오전에 R골프장에서 3시간을 보내고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골프장에서 돈을 얼마나,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관련 업무추진비의 대략적인 항목만 공개할 뿐 구체적인 용처가 파악 가능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는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철저하게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의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와 관련해 2004년 대법원은 증빙서류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은 기관장과 부기관장은 정보공개를 청구하지 않아도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도록 돼 있으며 증빙서류도 공무원이 사용했다면 상호까지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정원수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