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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다크호스 현실화 확률은?

Posted June. 20, 20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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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7월 19일 영국 클리블랜드 주 미들즈브러 아이레섬파크 경기장. 종료 휘슬이 울리자 짧은 머리의 동양인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껑충껑충 뛰었다. 축구장을 가득 채운 2만여 관중은 한동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북한 축구가 세계를 놀라게 한 순간이었다.

이날 북한은 잉글랜드 월드컵 4그룹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최강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예선을 통과했다. 비록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3-0으로 앞서다 5골을 내리 내주며 역전패했지만 당시 북한의 경기력은 세계적인 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북한은 공이 뜨면 3명이 동시에 떠서 막는 사다리 전술 등 색다른 전술을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북한이 1966년 월드컵 이후 44년 만에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1970년대 이후 기나긴 침체기를 겪은 북한이 Again 1966을 재현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전술의 핵심은 체력이 뒷받침된 강력한 수비. 상대하는 팀에 따라 최대 7, 8명까지 수비수를 늘린 뒤 빠른 스피드로 역습을 노린다. 이 같은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은 1966년의 북한 축구와 닮았다.

이번 아시아 예선에서도 이 전술은 톡톡히 효과를 봤다. 북한은 최종 예선 8경기에선 5골만 허용했다.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은 북한과 최종 예선 두 경기를 치른 뒤 저런 수비라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와도 뚫기 힘들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힘과 기술을 갖춘 원 톱 정대세와 홍영조, 문인국 등 빠른 2선 공격수의 존재는 북한이 수비를 하다 순식간에 공격으로 전환하는 기습 공격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술이 본선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축구 전문가들은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조직력에 기술을 겸비한 본선 진출 팀을 상대로는 북한이 고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험 부족은 본선에서 북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주전 멤버와 교체 멤버 간 실력 차가 커서 선수 가용의 폭이 좁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북한은 의외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1966년 월드컵에서도 북한은 약체로 분류됐다. SBS 박문성 해설위원은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 단기 승부에선 수비 위주의 북한 축구가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북한은 예선 경기를 치르며 조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며 평가전 등을 통해 경험만 쌓는다면 본선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1966년 대표팀보다 더 빨라졌고 더 많이 뛸 수 있다. 북한 김정훈 감독이 최근 한 말이다. 북한이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Again 1966을 외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