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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 아니냐고요? 투쟁하다 망할까요?

Posted May. 13, 200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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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 노조 간부는 사장실 문을 걷어차고 폭력을 휘두른 걸 무용담처럼 말하기도 하더군요. 그게 자랑은 아니잖습니까? 또 그게 사원들한테 득이 되겠습니까.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자동차의 날 행사가 열리기 직전 만난 조희국 르노삼성자동차 공정장(45)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없는 르노삼성차에서 다른 회사의 노조위원장에 해당하는 사원대표위원장을 지난해까지 4년간 맡으며 협력적인 노사 문화를 이룬 공을 인정받아 이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국내 자동차회사의 전현직 노조위원장 또는 사원대표위원장이 정부 포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노삼성차는 2000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노사 분규가 일어난 적이 없다.

정작 본인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일을 한 사람으로서 정부의 표창을 받아도 되는 건지 망설였다고 한다. 초기에는 다른 자동차회사 노조로부터 어용 아니냐는 비난을 듣기도 했었다. 그는 직원과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며 이제는 다른 회사 노조들도 모두 우리의 활동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조 공정장은 다른 자동차회사의 노조 활동에 대해 많은 사람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비판을 꺼리면서도 너무 정치화돼 가고 있고 강성 일변도 운동 방향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자본(기업)이 1980년대처럼 노동자들을 갈취하나라고 반문하면서 이제는 노조뿐 아니라 많은 사회 세력이 약자 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대화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원들의 이익을 위해, 사원들이 원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다른 노조들의 정치적 구호에 에둘러 비판하는 것으로 들렸다.

그는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 함께 이득을 본 사례로 2004년 노사협상 끝에 주간조와 야간조 2교대로 근무하던 방식을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제로 바꾼 일을 들었다. 이 제도로 회사는 생산성을 낮추지 않으면서 잔업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생산직 사원들은 건강을 해치는 밤샘 근무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현대자동차도 이 근무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축사와 기념사를 각각 한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과 윤여철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은 한국의 노사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 차관은 사전 배포한 축사 원고에서 노사간 불합리한 관행들을 답습해서는 결코 세계 최고 자동차 업체의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며 노사간 대립에 기초한 고비용 구조로 파산 위협에 직면한 미국 빅3 업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도 빅3들의 사례를 교훈 삼아 불합리한 노사 관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은탑산업훈장을, 이성상 GM대우 전무가 동탑산업훈장을, 허승호 대원강업 부회장이 철탑산업훈장을, 박수철 현대자동차 전무가 석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모두 35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장강명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