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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프로야구 홍일점

Posted April. 22, 200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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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일본 열도는 흥분에 휩싸였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첫 여자 선수가 탄생한 것. 가와사키 기타고 2학년 투수 요시다 에리(17). 그는 올해 출범한 세미프로 간사이 독립리그 팀 고베에 신인 드래프트 7순위로 입단했다. 키 155cm, 몸무게 50kg의 작은 체격이지만 너클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연봉은 180만 엔(약 2400만 원). 그는 3월 27일 오사카 방문경기에서 5-0으로 앞선 9회 무사 2루에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준 뒤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어깨 부상 등으로 자취를 감췄지만 그의 역사적인 등판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됐다.

국내에서도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까. 재미교포 제인 어(19)는 지난해 KIA와 삼성, SK에서 테스트를 받았지만 금녀()의 벽을 절감했다. 기본기는 돼 있지만 남자에 비해 힘이 떨어진다며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올해 2월 SK 전지훈련지인 일본 고치 현으로 날아가 테스트를 받았지만 역시 결과는 낙방. 그는 아버지 어진 씨와 고치 구장을 걸어 나오며 눈물을 흘렸다. 며칠을 앓아누웠다.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미국에 돌아갈 수 없다며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제인 어는 25, 26일 서울 양천구 신월야구장에서 열리는 제1회 실업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 한국실업야구연맹(회장 박영길)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고교, 대학선수나 프로 출신 선수들이 참가한다. 제인 어는 남자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여자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

하루 테스트하고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야구 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기 때문이죠.

제인 어는 11세 때 야구를 시작했다. 공을 던지고 치는 게 마냥 좋았다. 2006년 재미교포 최초로 미국 여자대표팀 멤버가 됐다. 지난해 8월 제3회 여자야구월드컵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팀을 3위에 올려놓았다.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투수도 했다. 직구는 최고 시속 130km에 이른다. 타율은 3할대.

하지만 프로 도전은 연이어 실패했다. 그래도 물러설 순 없었다. 근력 보강을 위해 고양운동장 계단을 매일 수십 번씩 오르내렸다. 바벨을 들고 또 들었다.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팀 충암고 야구부와 함께 훈련도 했다.

프로 진출의 꿈은 진행형

제인 어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한국을 안 것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루면서. 한국말을 배우고 모국에서 야구를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때였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주민등록증도 받았다. 저녁에는 어학원에서 인터넷 영어 강사로 일한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다.

요시다의 우상은 미국의 너클볼 투수 팀 웨이크필드(43보스턴). 제인 어는 유격수 데릭 지터(35뉴욕 양키스)를 좋아한다. 요시다는 꿈을 이뤘다. 제인 어의 꿈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는 실업선수든 프로 연습생이든 상관없다. 꿈을 이룰 때까지 포기란 없다고 말했다.



황태훈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