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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현희-다구치가 일깨운 한일납북자 가족들의 고통

[사설] 김현희-다구치가 일깨운 한일납북자 가족들의 고통

Posted March. 12, 200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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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작원이었던 김현희 씨는 부산 벡스코에서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 씨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 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즈카 씨도 김 씨로부터 31년 전 납치된 어머니 소식을 듣고 울먹였다. 김 씨는 1987년 대한항공 858기를 공중 폭발시켜 115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범인이다. 김 씨는 평양에서 공작훈련을 받으며 이즈카 씨의 어머니 다구치 씨에게서 일본어를 배웠다. 이즈카 씨는 한 살 때 어머니와 생이별했다. 북한의 납치행위로 혈육을 잃거나 빼앗긴 한일 양국의 다른 피해자들도 함께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김 씨와 다구치 씨 가족의 면담은 일본 정부의 끈질긴 노력으로 성사됐다. 일본 정부는 올 1월 김 씨가 NHK 인터뷰에서 다구치 씨의 아들을 만나 엄마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하자 우리 정부와 접촉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 인권과 인도적 문제 해결에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 김 씨를 노출시키면 북한 정권을 자극할까봐 면담을 거부했던 지난 정부의 비인도적 처사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정부가 할 일은 두 사람의 상봉으로 그치지 않는다. 북한은 일본인보다 훨씬 더 많은 우리 국민을 납치했다. 끌려간 국민 가운데 아직도 447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는 끈질기게 납북자의 귀환을 위해 노력하는 일본 정부에서 배울 게 많다. 일본 납북자 문제가 부각되면 북핵 6자회담의 초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반인도적() 범죄의 희생자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북한에 납북자 송환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

김 씨는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은 북한의 테러이고 저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일부 유족과 친북좌파의 의문 제기에 따라 국가정보원이 재조사를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심지어 친북 세력은 김 씨를 가짜로 모는 것도 모자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폭파사건을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거짓증언을 하라고 협박했다.

북한 정권은 폭파사건에 대해 사죄하고 납북자들을 돌려보내지 않는 한 결코 테러의 굴레를 벗을 수도 없고, 문명국이 될 자격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