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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함께다문화가 힘이다

Posted February. 02, 20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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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태국쌀 있어요?

어쩌지, 다 팔렸는데. 한국쌀은 어때? 싸게 줄게.

1일 오후 1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평택농산. 주인 송현호(54) 씨와 한 필리핀 여성의 거래가 한창이다. 잠시 고민하던 이 여성은 결국 값이 싼 중국산 쌀을 골랐다.

잠시 후 가게 앞에 1t 화물차 한 대가 멈춰 섰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30대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리자 주인 송 씨가 반색을 했다.

어, 라자르 왔네. 얼마나 사려고?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 방글라데시 식당을 운영하는 라자르(37) 씨는 이 가게의 단골손님이다.

송 씨가 남편과 함께 쌀가게를 연 것은 1983년. 외국인은 구경도 하기 힘들 때였다. 2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손님 10명 중 9명이 외국인이다.

송 씨는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인이 많아졌다며 피부색도 각색인 외국인과 이렇게 한동네에서 북적대며 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58개국 출신 외국인이 살고 있는 안산시는 한국의 대표적 다문화 도시. 지난해 12월 현재 전체 시민 33만1252명 가운데 8.4%인 2만7713명이 외국인이다. 그래서 이곳은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린다.

안산뿐만이 아니다. 우리 생활 속 곳곳에서 외국인과의 어울림은 이제 일상이 됐다.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91일 이상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은 85만4007명으로 국민 1000명당 17.2명꼴이다. 1998년 등록 외국인은 14만7914명으로 인구 1000명당 3.1명 수준이었다. 10년 만에 6배나 늘어 이제는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한다. 단기 및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외국인은 115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2003년을 기점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를 중심으로 급격히 진행돼 왔다. 2000년 21만249명이던 외국인 수가 2003년 43만7954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3.6%, 인구 1000명당 35.8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2015년에는 외국인 인구가 167만6100여 명, 2020년에는 176만6900여 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규호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은 우리 경제가 발전하고 인권이 향상되면서 급격한 다문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밀어닥친 변화인 만큼 외국인과의 조화와 공존을 위한 사회적 대비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우리의 준비는 부족하다. 뿌리 깊은 혈통주의와 단일민족 정서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이어져 각종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의료, 교육, 복지 등 일상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은 한국 사회에 반감을 갖게 되고 이들의 반한() 감정은 국가 이미지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문화 가정과 그 2세, 외국인을 포용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향후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다문화 가정이 늘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을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