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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 안돈다고 혀만 차는 정부 여당, 고장난 금융위

[사설] 돈 안돈다고 혀만 차는 정부 여당, 고장난 금융위

Posted November. 29, 200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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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관계부처에 은행들이 돈 좀 풀도록 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 경영진은 꿈쩍도 않는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그제 청와대 회동에서 정부가 돈을 푼다고 하지만 현장 창구에서는 돈이 메말랐다고 탄식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거듭된 다그침에도 금융 신용경색은 오히려 심화돼 정부의 무능력만 부각되는 꼴이다.

은행들이 돈줄을 조이는 것은 앞으로 닥칠지 모를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비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는데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촉하는대로 기업에 돈을 빌려줬다가 떼여 부실자산으로 처리되면 건전성 지표가 악화돼 다른 은행에 흡수 합병되는 처지로 전락할까봐 한사코 버티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의 평균 BIS 비율은 11%를 웃돌아 국제기준에 비춰 낮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가계 및 기업 대출의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아무리 대통령이 종용을 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도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확실한 방법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한 은행 자본 확충의 여건을 정부가 조성해주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복안을 밝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한 의구심과 피해의식을 없애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집행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이런 일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시장의 맥을 짚지 못하는 발언으로 금융권의 신뢰마저 잃었다.

그는 열흘 전 미국 뉴욕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은행들을 겁주더니, 이 발언으로 은행들이 더 움츠러들자 지금은 인위적인 은행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얼버무렸다. 전 위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호되게 질책을 당했다는 얘기가 나온 뒤부터는 공무원 조직조차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외의 금융시장은 촌각을 다툴 정도로 급변하는데 우리 금융당국은 머리와 손발이 따로 놀면서 헛발질만 하는 형국이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작동하게 하려면 고장난 금융위, 그리고 따로 떨어져 있는 금감원의 인적 조직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