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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시 대통령 업적 남기려고 북핵미봉하나

[사설] 부시 대통령 업적 남기려고 북핵미봉하나

Posted October. 11, 200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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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지난주 평양 방문 결과를 놓고 해제 여부를 최종 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힐 차관보의 워싱턴에 가져간 협상안은 이른바 분리 검증안이다. 일단 북한이 6월에 제출한 신고서대로 영변 플루토늄 핵시설을 먼저 검증한 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비롯한 나머지 미신고시설과 핵 확산 문제는 추후 다룬다는 게 골자다. 부시 행정부가 일관되게 요구해온 완전한 신고, 완전한 검증과는 차이가 많다. 그런데도 북이 신고 및 검증에 응한 것으로 보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를 취해주겠다는 것이다.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말고는 미국이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로선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폐기라는 본질 보다 6자 회담이라는 재임 중 업적을 살리는 일에 더 매달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재건과 안정은 아직 요원하고 이란 핵 문제 역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금융위기까지 맞은 부시 행정부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과 합의한 제네바 기본합의(Agreed Framework)를 비난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6자 회담이 북한 핵 폐기와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접근법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는 한국으로서는 6자 회담을 살리는 것 보다 핵 폐기가 더 절실하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준다고 북이 다음 단계의 핵 검증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만큼 순진한 발상도 없다. 더구나 지금 북한 권력층의 내부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어제 조선로동당 창건 63주년 기념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오늘로 벌써 58일째다. 부시 행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북의 통미봉남() 전술을 경계하고 한국 정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