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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축구경기 관람 조선중앙통신 51일만에 공개활동 보도

김정일, 축구경기 관람 조선중앙통신 51일만에 공개활동 보도

Posted October. 06, 20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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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 창립 62주년을 맞아 이 대학과 평양철도대 간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보도는 와병설이 불거지기 전인 8월 14일 군부대 시찰 보도 이후 51일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재일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당 중앙위원회 책임간부들, 관계 부문 일꾼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관람 일시와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경기를 관람하면서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우리 대학생들이 조국과 인민을 위한 과학탐구에 지혜와 열정을 다 바칠 뿐 아니라 예술 체육활동도 잘하고 있다며 격려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보도대로라면 김 위원장은 외부 활동은 물론 의사를 피력할 만큼 건강이 회복돼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본격적으로 호전되면서 앞으로 현지 시찰이나 참관 활동을 소개하는 후속 보도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엔 미심쩍은 대목이 적지 않다. 북한은 축구경기를 TV로 중계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의 참관 모습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와병설을 불식시킬 절호의 기회를 활용하지 않은 것은 그의 건강 상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불시에 경기 참관을 강행해 북한 매체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긴 하다.

구체적인 관람일시와 장소를 밝히지 않은 것도 석연찮은 대목. 김일성대의 창립 기념일은 10월 1일로, 당일에는 대학 전체가 체육대회를 해 다른 대학과의 친선경기는 열리지 않는다.

또 김일성대의 운동장은 관람석이 매우 적어 김 위원장 등이 참관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기는 10월 2일에서 4일 사이 김일성경기장이나 지난달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51경기장에서 개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이 와병설 이후 첫 공개 행사로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면 이는 다른 공식행사처럼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아도 되고, 관중이 경기에 몰두하고 있어 주위의 관심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보도 외에 김 위원장의 경기 참관을 입증할 물증이 없어 북측이 내부 동요를 잠재우고 국제사회에 체제 이상 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인 제스처를 취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책기관의 한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경기 참관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이 앞으로 김 위원장의 건재를 확인할 관련 영상이나 사진 등 어떤 물증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주성하 ysh1005@donga.com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