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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한국, 병든 노인이 늘어간다

Posted September. 08, 200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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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지 못하면서 오래 사는 것은 고통이에요.

안모(72경기 광명시) 씨는 평소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70세 이전까지 큰 병 한 번 앓지 않았다. 담배도 피우고 술도 꽤 마시는 편이었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건강 하나는 타고났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데 고희() 잔치를 앞둔 어느 날 왼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두통이 생기기 시작했다. 말이 둔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병원에서 뇌중풍(뇌졸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거동이 힘들다 보니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고, 집안 분위기도 우울해져 마음이 무겁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노인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프고 허약한 노인이 늘면서 노인 의료비 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0년 총인구의 7.2%인 339만 명에서 2007년 482만 명(9.9%)으로 늘었다. 2026년이 되면 노인 수가 1000만 명을 넘어 5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가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노인성 질환자 진료 추이 분석에 따르면 노인성 질환자는 2002년 49만9000명에서 2007년 84만7000명으로 70% 늘었다. 노인 10명 중 9명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하나 이상 앓고 있다. 건강이 나빠지면 외출하기가 힘들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렇게 일상적인 활동이 불편한 허약 노인은 전체 노인의 17%에 이른다.

노인건강 악화는 개인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노인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 원을 넘어섰다.

노인 의료비 지출 증가는 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 일하는 노인 비중이 줄면 그만큼 국가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우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인 본인은 물론 부양가족의 삶의 질이 결정되고 국가 복지재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국가 차원에서 노인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