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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엔도르핀

Posted August. 25, 20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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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르핀이 돌고 있다. 청와대 들어온 이후 최고로 신나는 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 270여명을 초청해 베푼 만찬 자리에서 했다는 말이다. 이날 잔치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주폭탄주가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호스트인 대통령이 신바람을 내자 손님인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은 건배 제의를 하거나 분위기를 돋우는 삼행시를 지어가며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엔도르핀은 뇌에서 생성되는 천연 진통제라고 할 수 있다. 1975년 생화학자인 한스 코스터리츠 영국 에버딘대 교수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이 물질이 모르핀보다 200배나 진통 효과가 강한 점에 착안해 체내의 모르핀이라는 의미로 엔도르핀(endorphin)으로 이름 붙였다. 국내에서는 1988년 이상구 박사가 엔도르핀 이론을 들고 나와 건강 열풍을 일으킨 이후 진통제의 차원을 넘어 행복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엔도르핀은 자동적으로 분비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 해도 마음과 몸이 행복하지 않으면 엔도르핀을 만들어낼 수 없다. 기쁘고 즐거우면 엔도르핀이 생성되지만 우울하고 기분이 나쁘면 정반대의 효과를 내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웃음은 엔도르핀을 만들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촉진제로 알려져 있다. 조깅 같은 운동을 하거나 섹스를 할 때도 엔도르핀이 만들어진다. 독일 뮌헨공대 헤닝 뵈커 교수팀은 육상선수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엔도르핀 분비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실제로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는 상태일까. 그가 오늘로 취임 6개월을 맞았지만 벌써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고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아직 안정기조는 아니다. 객관적으로는 엔도르핀이 만들어질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 6개월의 국정에 대한 국민 평가를 조목조목 들어보고, 대통령과 청와대가 안 챙겼거나 잘못 챙긴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았더라도 엔도르핀이 돌았을까. 지금 민생은 참으로 고단하다. 올림픽 메달사냥이 잠시 시름을 잊게 했을지는 모르지만 당장 추석 지내기부터 걱정인 국민이 많다. 국민들은 엔도르핀 부족상태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