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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두만강 국경

Posted August. 08, 200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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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은 백두산에서 발원()해 동해로 흐르며 중국 지린() 성, 러시아 연해주와 국경을 이룬다. 두만강 하구에 녹둔도()라는 작은 섬(32km)이 있다. 지금은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원래 우리 땅이다. 이순신 장군이 선조 20년(1587)부터 3년이나 지킨 섬이다. 부임 첫해 여진족의 습격을 당해 물러났다가 이듬해 여진족과 녹둔도 전투를 치러 섬을 지켰다.

녹둔도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조선 땅으로 기록돼 있었건만 2차 아편전쟁 직후인 1860년, 당시 청나라가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베이징 조약을 맺을 때 러시아로 넘어갔다. 무능했던 조선 정부는 이런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고종은 재위 20년(1883) 서북경략사() 어윤중()에게 섬을 잘 살펴라라고 명했을 정도다. 한글로 사슴+언덕+섬인 이 황무지를 조선 농민들이 옥토로 만들어 1937년까지 한인들이 살았다.

후손들이 유능하고 힘이 있었다면 제국주의 시대의 국경조약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법에 따라 땅을 되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은 1990년 구소련과 국경조약을 맺으며 베이징 조약을 그대로 인정해 줬다. 국토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면서 강성대국이니 주체니 외치는 북한이 안타깝다. 4년 전 동아일보 연재기사 우리 땅 우리 혼-영토분쟁 현장을 가다에 따르면 녹둔도에는 아직도 밭이랑이 뚜렷했고 주인 잃은 집터와 가마솥 놋그릇 항아리의 파편까지 있었다. 그러나 2년 뒤 러시아가 섬 가장자리에 제방을 쌓고 군사기지로 만들었다.

북한과 러시아는 작년 말부터 두만강 17.5km 구간의 국경선을 다시 긋는 재()획정 작업에 들어갔다. 강은 수위에 따라 땅이 변해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실효적 지배가 관건이다. 러시아는 2003년부터 강변에 버드나무를 심는가 하면 2005년부터는 강둑을 쌓으며 국경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이 나진 개발사업에 러시아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두만강 하구 일부 영토를 양보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세계 최빈국 북한이 돈 때문에 조상의 혼이 서린 우리 땅을 남의 손에 넘기지나 않을지 걱정이 크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