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총리•각료•실장•수석 일괄사표 내라

[사설] 총리•각료•실장•수석 일괄사표 내라

Posted June. 02, 2008 03:00,   

ENGLISH

이명박 정부가 내일로 출범 100일을 맞지만 국정 혼란과 위기가 해소될 기미가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22.9%(본보 여론조사)까지 떨어졌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어제 새벽에는 일부 시위대가 청와대 진입을 시도해 경찰이 물대포와 소화기까지 동원해 막아냈다. 쇠고기 파동이 도화선이 됐지만 누적된 정부의 실정()에 분노한 민심이 폭발한 탓이다. 그런데도 누가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 대통령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권력의 상층부를 대대적으로 물갈이해야 한다.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살피고 챙겨야 할 사람들이 그동안 뭘 했기에 이 지경이 됐는가. 자리에 취해 본분을 망각하거나, 능력이 없어서 사태를 제 때 수습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 각료와 청와대의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이제라도 사표를 제출해 대통령이 국민에게 책임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한 총리는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가 발표돼 최악의 상황이 됐는데도 국민 앞에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다. 청와대 수석들은 뒤늦게 민심 파악을 한다며 시위 현장을 둘러보고 다닌다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촛불시위대는 지난 달 2일 첫 집회 때부터 이명박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대체 무엇을 듣고 무엇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가.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단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설혹 위기를 넘긴다 해도 지금과 같은 정부와 청와대 진용으로는 국정을 제대로 끌고 나가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도덕적 부적격자와 무능력자, 아첨꾼들을 솎아내지 않으면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

야당도 내각 총사퇴 같은 정치 공세를 할 때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권교체의 과도기적 상황인데 내각 총사퇴로 야기될 국정 파탄과 표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야당도 정치적 동기에 매몰돼 혼란을 부추기기 보다는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협력해야 한다.